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오른쪽)과 전경원 보좌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3일 국회는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는 정부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찬성 179표, 기권 7표,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반대표의 주인공은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 소속 강민정 의원. 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당론에서 벗어난 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지며 결국 강 의원은 “앞으로 의정활동에서 당과 당원 여러분들의 뜻을 충분히 고려하고, 보다 신중한 태도로 임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그의 선택이 “출마할 때 약속을 지키려 했던, 교육 전문가다운 선택”이라는 지지 목소리도 나온다.
강 의원의 반대를 교육계에서 ‘소신’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그의 이력 때문이다. 25년 동안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그는 퇴임 뒤 시민단체 징검다리교육공동체에서 교육운동을 펼쳤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3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것도 이런 ‘교육 현장 전문가’로서의 활동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권이 방치해온 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여의도행을 선택한 것이다. 당원들의 생각과는 달랐지만, 학교 현장의 방역 부담을 덜고 취약계층의 학습 결손을 보완할 예산이 거의 반영돼있지 않은 이번 추경에 그가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첫 평교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선 쉽지 않았을 거라는 게 교육계의 풀이다.
<한겨레>는 지난달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 의원과 그의 정책보좌관인 전경원 하나고 교사를 만났다. 강 의원은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지나치게 제약되어 있어, 교사 출신 국회의원이 없는 등 그동안 교육 전문가인 교사의 목소리가 교육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며, 국회에 교육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독일 연방의회는 교사 출신 의원이 10%를 웃도는 등 국외에선 교사들이 전문성을 살려 의회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강 의원은 “교육 전문가인 교사야말로 정치권의 입장이나 특정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가장 교육적인 관점에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재직 중인 사립학교의 입시 관련 성적 조작 의혹을 내부고발했던 전경원 교사를 보좌관으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의원은 진작부터 교사 출신 보좌관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교원단체 소속으로 각종 포럼·토론회에 나와 교육 현장과 정책에 풍부한 이해를 보여준 전 교사를 점찍었다”고 했다.
제안을 받고 고민하던 전 보좌관은 학교에 ‘고용휴직’을 신청했다.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원 등이 다른 국가기관 등에서 일정 기간 일하게 된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휴직 제도인데, 이렇게 현직 교사가 국회로 간 전례는 없었다. 전 보좌관은 학교·교육청·교육부·법제처에 두루 해석을 요청했고,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운동의 금지)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휴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학교 승인을 받았다.
첫 평교사 출신 열린민주당 강 의원
‘사학 내부고발’ 전 교사 보좌관 영입
전 교사, 휴직 뒤 국회 간 첫 현직교사
강 “정부 교육정책 부동산 등에 휘둘려
교육 관점서 교육패러다임 바꾸겠다”
전 “수평적 소통문화가 교사 장점”
이렇게 전 보좌관이 현직 교사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건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교육공무원의 정치단체 결성 관여 및 가입을 금지한 법률은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정당 가입’은 여전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전 보좌관은 상임위 활동 등만을 보좌할 수 있다. 강 의원은 “교원의 정치활동 영역을 확장했을 뿐 아니라 전문성을 지닌 인력에 국회의 문을 넓힌,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 첫걸음”이라고 자평했다. 전 보좌관은 “(교사의 정치 활동을 막는 벽에) 구멍 하나를 낸 것이지만, 앞으로 점점 넓어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사학 공공성 확보, 경쟁교육과 입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교사의 정치기본권 확대 등 세 가지를 교육계의 가장 뿌리깊은 문제이자, 자신이 국회에서 다뤄야 할 주요 과제로 꼽았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포착해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하고, 교육적인 관점에서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이 ‘교사 전문가 팀’의 지향점이자 장점이라 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오른쪽)과 전경원 보좌관.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예컨대 입시 문제에 대해, 강 의원은 “‘촛불 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2018년 대입 공론화 등을 통해 입시 문제를 ‘수시 대 정시’ 비율 논쟁으로 다뤄왔다”고 지적했다. 비뚤어진 경쟁 교육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일인데, “부동산 문제 등 다양한 욕망과 이해관계에 휘둘렸다”는 비판이다. 총선을 앞두고 불거졌던 ‘학교 모의선거교육 금지’ 문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행정의 잣대를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에까지 부당하게 들이댄 셈인데, 교육부를 포함해 아무도 학교와 교육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았다고 본다. 그는 코로나19 등 끊임없이 발생하는 현안도 “학교 교육과정 운영과 방역에 무엇이 필요한지, 원격수업에 따른 교육 격차는 어떻게 해소할지, 입시를 예전처럼 치러도 되는지 등 교육에 대한 관점과 철학에 입각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너무 앞세우다보면 균형감을 잃을 우려도 있지 않을까? 전 보좌관은 “원래 학교에는 교장이건 평교사건 상대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수평적 의사소통 문화가 있다. 교사 출신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교육 관련해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들으려 노력하겠다. 만약 의견이나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이 생긴다면, 무엇보다 ‘학생의 입장에서 어떤 의미가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