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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대안학교+홈스쿨 접목 각자 짠 시간표 북돋워

등록 2006-01-15 15:24수정 2006-02-05 16:36

안산들꽃피는학교 학생들이 자신들이 마련한 계획에 따라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산들꽃피는학교 제공
안산들꽃피는학교 학생들이 자신들이 마련한 계획에 따라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산들꽃피는학교 제공
홈스쿨 제2의 대안학교 ② 그룹 홈스쿨
개별 홈스쿨 자신없어 함께 고민
나태 우려 없도록 시간관리 철저
친구들 먼저 배려 깊은 정 쌓여
눈높이 학습에 직업체험도
학원 원장도 동네누나도 강사
지역사회 열린공동체 지향

그룹홈스쿨은 쉽게 말해 서너 명 또는 대여섯 명의 홈스쿨러가 모인 배움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일체의 틀과 제한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관심과 기호에 따라 배움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모든 교육과정을 스스로 결정하며 강사나 교재, 시간 등 공부하는 방식도 스스로 선택한다. “스스로 교육의 주체가 되어 필요한 교육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대안교육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룹홈스쿨에서 학교는 장소의 의미로만 제한된다. 교육의 본질과 관련해서 ‘학교’보다는 ‘교육공동체’라는 말을 선호한다. 이 역시 교육의 주체성 회복에 대한 강조에서 비롯된다.

그룹홈스쿨은 2004년초 분당에서 만들어진 ‘그루’가 시초다. 이후 남한산초등학교 졸업생을 중심으로 한 남한산작은학교가 문을 열었고, 제천간디마을학교도 만들어졌다. ‘그룹홈’에서 기원한 안산 들꽃피는학교 역시 그룹홈스쿨의 형태로 볼 수 있다.

남한산 작은학교(humanedu.net/namhansan)

지난 6일 광주시 남한산공원 귀퉁이에 있는 한 카페 2층. ‘우석 엄마’ 조은숙(36)씨가 수학 강의를 하고 있다. 6명의 아이들은 바닥에 둥글게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이날은 방학 수학특강 마지막날.

오후 6시께 강의가 끝나자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진성하(15)군이 농구공으로 드리블을 하고 바로 옆에선 오민석(14)군이 벽에 대고 탁구 연습 흉내를 낸다. 채병훈(14)군은 그 와중에 드럼을 치며 어수선함을 가중시킨다.


그룹과외 장소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학교’다. 이름은 남한산작은학교. 학생은 모두 여섯이고, 교사가 한 명 있다. 시간표는 있지만 학생마다 다 다르다. 당연히 정규학교는 아니다. 그렇다고 대안학교도 아니다. 굳이 유형을 나누자면 그룹홈스쿨 학교 정도에 해당한다.

그룹홈스쿨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남한산작은학교의 시작은 2004년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안학교 못지 않은 알차고 열린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모은 남한산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냈던 학부모들이 졸업 이후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다수가 일반중학교로, 일부는 대안중학교로 진학했지만 몇몇은 또 다른 길이 없을까 고민한 것이다.

조은숙씨는 “소박한 교육,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개별적으로 홈스쿨을 하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대안학교의 장정과 홈스쿨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는 그룹홈스쿨이었다”고 설명했다.

2개월 정도의 준비모임과 토론, 친해지기 캠프 등을 통해 지난해 2월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교사는 저소득층 자녀 방과후학교에서 경험이 많은 조은형(33)씨를 데려왔다. 지금 학교로 쓰고 있는 장소는 카페 주인인 성하 어머니 안영자씨가 공짜로 내놨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학교로 출발한 만큼 남한산작은학교엔 독특한 게 많다. 우선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그것이다. 목표 수행을 위한 시간표는 개별적으로 정한다. 자신이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을 스스로 배우는 것이다.

가령 채우리(15)양은 머리 미용이 전공이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근처 복지회관과 문화센터에 가서 배운다. 농구선수가 꿈인 성하는 청소년수련관에서 마련한 농구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수시로 남한산초등학교를 찾아 혼자서 연습도 한다.

민석이는 기타와 영어 두 개를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기타는 강사로부터 배우고 영어는 외국 드라마 DVD를 반복적으로 듣고 새벽 영어회화 학원에 다니는 것으로 실력을 쌓고 있다. 병훈이는 드럼 매니아다. 학원에서 잠깐 수강한 뒤 지금은 독학으로 맹렬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책벌레 권우석(14)군은 왕성한 독서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찾고, 이예진(14)양은 수학을 좋아해서 인터넷 강의와 독학 교재를 통해 수학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는 목표치가 높고 상대평가를 하기 때문에 항상 불안한데, 여기서는 자기가 스스로 목표치를 정해놓고 공부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없고 신나고 효율도 높다”고 했다.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겹치는 부분도 생겼다. 이런 부분은 시간을 조정해서 같은 시간에 같이 공부하기로 했다. 현재 공통과목은 밴드, 미술, 철학, 수학 등 4개 분야. 외부 강사(밴드, 철학)와 학부모(미술, 수학) 등이 강사를 맡고 있다.

문제는 알아서 공부하도록 하면 자칫 나태해질 우려가 크다는 것. 학생들과 학부모는 이를 감안해 시간표는 맘껏 짜되, 일단 짜면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키기로 약속했다. 말하자면 스스로 자기 시간관리의 감독자가 된 것이다.

그룹홈스쿨은 한편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민석이는 “가끔 일반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우리는 “교사와 눈 맞추고 즉석에서 문답이 이뤄지는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게 불만이라면 불만”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에 비해 장점은 아주 많다고 다들 목소리를 높였다. “시험 안보는 스트레스가 어디냐”(성하) “1년에 3번씩 축제하고 수시로 즐거운 파티를 열 수 있어 너무 즐겁다”(민석) 세상을 넓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우리) “항상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길렀다”(예진) 등등.

6명의 아이들은 1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가족보다 더 깊은 정이 쌓였다. 특히 지난 여름 학교에서 강원도 평창까지의 166km 도보여행 도중 서로 부추겨주고, 대화하고, 같이 노숙한 경험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일요일마다 붕어빵 장사를 같이 한 것도 좋은 추억거리. 현재 100만원을 모았는데 몇백만원이 모이면 ‘찐한’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안산들꽃피는학교(wahaha.or.kr)

1994년 김현수 목사가 꾸려가던 안산노동교회를, 여덟 명의 청소년들이 ‘기습한’ 사건으로부터 출발한 학교이자 생활공동체다. 김현수 목사는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위해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했고,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세상을 배움터 삼아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경기 안산시 와동 인근에는 김 목사처럼 대문을 활짝 열고 아이들에게 안방을 내어준 ‘대안가정’(그룹홈)이 열 한곳에 이른다. 잔디네, 야긴새벽이슬, 코스코스, 새밭토끼풀 등 저마다 독특한 이름을 가진 대안가정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60여명. 돌봐줄 부모나 친척이 마땅치 않은 15~19살 청소년들이다.

아이들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공부를 한다. 절반가량 아이들은 안산 지역 일반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들꽃피는학교를 ‘방과후 학교’나 ‘계절학교’로 활용한다. “학교가 지겹다”거나 “부모가 없다고 놀림을 당할까봐 두렵다”는 등의 이유로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절반 가량 아이들은 아예 들꽃피는학교로 등교를 한다. 들꽃피는학교로 등교하는 30여명 아이들 중에는 대안가정에 살고 있지 않더라도 비슷한 이유로 학교를 떠난 안산 지역 아이들 4~5명도 포함돼 있다.

오전에는 국어, 영어, 수학 같은 일반 과목을, 스스로 짠 계획표대로 자신의 수준에 맞춰 공부한다. 이 학교 김금훈 교사는 “7~8명이 한 반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교사가 과목별로 ‘진도를 나간다’는 개념 없이, 아이가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공부할 수 있도록 살피고 돕는다”고 말했다.

오후가 되면, 들꽃피는학교는 일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과 대안가정 밖 청소년들까지 60~70명이 몰려들어 북적거린다. 텃밭 가꾸기(노작), 요리, 옷 만들기, 미술, 음악, 연극, 컴퓨터 실기 같은 좀 더 ‘재미있는’ 수업이 시작된다. 근처에 있는 전자제품 애프터서비스 센터나 카센터, 음식점 같은 곳으로 직업 체험(인턴십)을 하러 가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을 돕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다. 근처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원장과 강사들이 영어회화를 가르쳐주고, 손글씨 프리랜서 일을 하는 ‘동네 누나’도 강사로 나선다.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컴퓨터 교사는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저녁이면 학교로 출근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역주민 구의선씨다. 김금훈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대안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15명의 생활교사를 포함해 학교 일을 하는 교사들이 30명, 지역이나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교사가 10명, 총 40명의 교사가 들꽃피는학교를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안산시 와동에 4층짜리 학교 건물을 완성하면서, 들꽃피는학교는 대안가정 아이들뿐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 지역 청소년들까지 껴안을 수 있는 든든한 ‘진지’가 됐다.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홀대받는 청소년들을 위해 가정과 학교의 경계를 허문 것이 들꽃피는학교의 시작이라면, ‘대안가정과 대안학교, 배려가 넘치는 지역사회’라는 열린 공동체를 일구려는 것이 이 학교의 최종 목표다.

박창섭·이미경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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