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의 논쟁수업은 청소년들을 민주시민으로 키우는 데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19일 오전 10시 열리는 ‘2020 학교민주시민교육 국제포럼’에선 논쟁수업, 선거교육,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22일 서울시립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학교민주시민교육 국제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는 모습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올해부터 선거연령이 만 18살로 낮아졌고 4월 총선에서 처음으로 18살 청소년이 시민의 권리를 행사했다. 선거연령을 낮추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많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선거 수업을 하면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많은 초중고에서 선거 관련 수업을 하거나 모의투표를 기획했지만, 선거교육을 장려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되레 제동을 거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교사들로서도 자료만 제공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인지 역할을 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올해 총선 관련한 모의선거 분석 결과를 보면, 자발적 참여율이 높게 나타나 청소년들이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다는 우려는 기우였음이 드러났고, 참여한 청소년들의 후보자 선택 기준이 도덕성과 정책으로 나타나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 선거 관련 수업이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체험하는 민주시민 교육과정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 소중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학교에서의 정치교육과 모의선거의 실시, 정당활동의 자유는 많은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고, 그 순기능이 확인됨에 따라 △청소년 피선거권 부여 △정치교육의 제도화 △청소년 정당활동 보장 등도 아울러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선거뿐만이 아니다. 사회·정치적으로 논쟁적인 이슈를 수업에서 다루는 데 걸림돌이 많다. 주로 학생들이 미성숙해 교실 정치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제약만 한다면 학생들이 어디서 배울 수 있단 말인가? 불일치, 갈등, 의견 충돌 없이 민주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질·기질을 배우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인 토론하고 논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대부분 고등학교 학칙도 정치활동 땐 퇴학으로 규정하고 있다. 학생들의 의식은 깨어 있는데, 그들을 키워야 할 교육 환경은 아직도 어둠에 싸여 있다.
시민교육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정치교양’ ‘시민교육’ 등의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교과서를 개발해 초·중등학교 민주시민 교육을 하고 있지만, 독립 교과목 개설까지는 아직 안 되고 있다.
이런 우리 학교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인천시교육청·강원도교육청·경기도교육청·서울시교육청과 한겨레신문이 공동으로 오는 19일 ‘학교 민주시민 교육에서 논쟁성 재현은 왜 중요한가?’란 주제로 ‘2020 학교민주시민교육 국제포럼’을 연다. 우리 교육이 민주주의, 인권, 평화 및 기본권 보장 등 헌법적 가치 실현을 위한 민주시민 교육으로 학교교육의 변화를 요구함에 따라 학교 민주시민 교육에서 논쟁수업, 선거교육,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고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는 자리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포럼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온라인으로 치러지며, 한겨레티브이(
www.youtube.com/c/HankyorehTV)에서 볼 수 있다. 발제와 토론에 대한 질문은 한겨레티브이에서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
오전 10시 ‘논쟁수업과 학교 민주시민 교육’을 주제로 첫번째 세션이 열린다. 메이라 레빈슨 미국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가 ‘학교에서 사회적, 정치적, 논쟁적인 이슈를 가르치는 것: 도전적이지만 필요한 과제’란 제목의 기조연설을 한다. 레빈슨 교수는 미국 예일대를 나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애틀랜타와 보스턴의 공립학교(중학교)에서 8년간 역사와 사회 교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제이컵 페이와 공저로 <학교에서의 민주적 불화: 교육윤리에서의 사례와 논평>을 쓰는 등 학교에서 시민성 확대를 하는 방안에 관심이 많다. 그는 이번 포럼에서 한국에서 논쟁이 된 공무원노조, 샘 오취리의 인종차별 비판 논란 등 몇 가지 사례를 놓고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다. 레빈슨 교수는 발표 뒤 설규주 경인교대 교수와 함께 토론을 이어간다.
‘선거교육의 주요 쟁점’을 주제로 오후에 열리는 두번째 세션에서는 김진곤 시흥와이엠시에이(YMCA) 사무총장이 ‘만18세 선거권 시대의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정치교육으로서의 모의선거 운동’에 대한 발제를 하고, 청소년 정치참여 운동을 위한 과제들을 테이블에 올린다. 이형섭 강릉고 3학년 학생은 18살 선거권자의 입장에서 학교의 선거 수업 등을 통해서 배운 점과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가해지는 규제 등에 의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느끼는 한계 등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한다. 김원동 강원대 교수, 양지훈 안산공고 교사, 남미자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학교에서의 선거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관해 논의를 한다.
이어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열리는 세번째 세션에서는 김원석 서울교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학교 민주시민 교육과 교육 중립성’을 주제로 발표한다. 김 연구위원은 교육 중립성 개념의 재정립 필요성과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중립성을 확보할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한다. 신인수 변호사는 쟁점 사안에 대한 현황을 두루 짚어본다. 안상태 춘천 금산초 교사, 박대훈 인천 신현고 교사는 현장에서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