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자동녹화강의실에서 한 교수가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온라인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나온 교육부의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지원방안’에는 코로나19로 시작된 원격수업을 고등교육의 ‘뉴노멀’로 삼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고등교육의 질적 개선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인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원격수업을 확대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에 원격수업 운영 기준 지침을 없애고 대학이 학칙을 통해 원격·대면수업을 자율로 정하도록 훈령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일반대학의 원격수업 운영기준’에서 대학은 전체 학점의 20% 이내로만 원격수업을 개설할 수 있고, 대학원에서 원격수업으로 이수할 수 있는 학점도 20%로 제한된다. 다른 대학과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할 때에도 전체 학점의 20%만 원격수업을 할 수 있다.
원격수업 자율화가 이뤄지면, 대학들은 사이버대학처럼 시간·공간의 제약 없이 온라인 교육과정을 만들고 학위도 수여할 수 있게 된다. 다른 대학들과 공동으로 온라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길도 트인다. 교육부는 “국내 대학끼리는 석사학위 과정을, 외국 대학과는 학사·석사학위 과정을 온라인으로 공동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외국 대학이 아닌 연구·학술기관에 국내 대학의 교육과정을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중장기적으로 교육부는 “원격교육 확산 및 일상화에 따라 교육과정, 교원, 학생 정원, 학습장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검토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법령에서는 대학을 설립·운영하기 위해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의 요건이 필요한데, 원격교육이 본격화되면 아예 이런 요건들을 요구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적은 가운데, ‘시간·공간 제약이 없다’는 원격수업의 표면적 장점만 앞세워 대학과 정부가 비용 절감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가 ‘규제’로 보고 완화하겠다고 한 ‘원격수업 운영기준’은 2018년 고등교육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바 있는데, 2년 만에 다시 없애려 한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2010년 일부 대학들이 운영하는 원격수업에서 강의시간, 출결, 콘텐츠 품질, 시험 등의 관리가 엉망인 점을 밝혀내고, 교육부에 “원격수업의 품질 확보 방안을 강구하라”고 조처한 바 있다.
한 사립대 교수는 “원격교육 모델로 거론되는 미네르바스쿨은 클래스당 인원이 20명 이하다. 비용을 아끼겠다며 대형 강의를 늘려온 우리나라 대학들이 과연 어떤 원격수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학 강사들이 주로 포함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원격수업을 통해 추가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틈새를 엿본 대학들이 원격수업 본격화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코로나를 명분 삼아) 원격수업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대형 밀집강좌를 금지하고 충분한 거리두기가 가능한 소규모 강좌를 확대하는 정책에 힘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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