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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회·어학원·음악학원 융합해 국제 인재 키워

등록 2020-09-14 17:20수정 2020-09-15 02:36

대안학교 같은 ‘SDC인터내셔널스쿨학원’
종교 통한 인성 기르기로
학교 부적응 학생들 변화 유도
지역 공연·봉사 등 활동 다양
국내외 유명 대학으로 진출

SDC인터내셔널스쿨학원은 외국 유학에 맞춘 독특한 교육과정을 운영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홀리씨즈교회 비전홀에서 학생들에게 오성교육 세미나를 하고 있는 서대천 목사. SDC인터내셔널스쿨학원 제공
SDC인터내셔널스쿨학원은 외국 유학에 맞춘 독특한 교육과정을 운영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홀리씨즈교회 비전홀에서 학생들에게 오성교육 세미나를 하고 있는 서대천 목사. SDC인터내셔널스쿨학원 제공

대안학교일까, 학원일까? 교회에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많이 보아왔기에 어색함이 없을 터이지만, 학원을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특이하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에스디시(SDC)인터내셔널스쿨학원’은 홀리씨즈교회와 서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26년째 인재 육성을 해오고 있다. ‘S’는 영성, ‘D’는 꿈, ‘C’는 능력의 머리글자다. 기존의 정규 학교와 다른 대안학교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정식으로 학교 인가를 받지는 않았기 때문에 학교가 아니라 유학원에 더 가깝다. 하지만 독특한 교육 방식 덕분에 올해는 두 명이 20여만달러(약 2억4천여만원)에 이르는 4년 장학금을 받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사립대 소카대학에 입학하는 등 정규 학교의 고3에 해당하는 40여명이 대부분 장학금을 받고 미국의 유명 대학이나 패션, 미술 대학에 합격했다. 최근 4년간 146명이 외국 대학에 합격하는 등 고3의 95% 정도가 어렵지 않게 유학 티켓을 따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학원 이사장과 교회 담임목사를 겸하고 있는 서대천 목사는 “기독교 신앙 안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 자녀를 보낸다. 때로는 다른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는 왕따, 문제아 등이 학원과 교회를 다니면서 삶이 변한다. 친구들과 잘 지내고 공부에 취미를 붙여 외국 유학까지 간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세광학원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이수역 부근에서 시작했다. 서 목사도 안수를 받기 전이었다. 다음 세대의 인재를 키우려는 뜻이었다. 가나안농군학교 초기 시절 김용기 장로와 함께 농촌계몽운동에 헌신했던 선친 서효근 목사의 뜻을 이어받은 것이었다. 300명 정도의 정원을 가진 대학입시 전문학원으로서, 국내 유명 대학에 100여명 이상을 보낼 정도로 명성을 쌓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국제반을 신설하고 교환학생반을 운영하면서 세계로 눈을 돌렸다. 서 목사가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서 미국 대학을 겪으면서 세계 무대로 나가야겠다 생각하면서부터다. 5~15명을 유학 보내는 데 성공했지만,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내신을 준비하고 외국 대학에서 요구하는 영어 등을 준비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1년 정도의 교환학생을 하는 것도 충분하지는 않았다.

2016년 경기도 양평 수미마을로 소풍을 가 고구마 캐기 체험을 하는 ‘SDC인터내셔널스쿨학원’ 학생들과 이사장 서대천 목사. SDC인터내셔널스쿨학원 제공
2016년 경기도 양평 수미마을로 소풍을 가 고구마 캐기 체험을 하는 ‘SDC인터내셔널스쿨학원’ 학생들과 이사장 서대천 목사. SDC인터내셔널스쿨학원 제공

이러던 차에 2009년 서 목사는 안수를 받았고 교회도 세웠다. 세광학원은 2013년 SDC인터내셔널스쿨학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변신을 하게 된다. 당시 20여명의 학생이 “대학 가는 것은 물론 모든 것을 믿고 맡길 테니 교육을 책임져달라”며 다니던 학교를 그만둔 것도 기폭제로 작용했다. 학교에 적응을 제대로 못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서 목사는 이들을 기도로 변화시켰다. 그는 이성, 지성, 감성, 체성, 영성의 5성급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학원, 인생을 180도 바꾸는 학원이라고 자랑한다. “이곳에 오면 아이들이 다 변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공부를 안 하던 아이들이 공부하는 아이로 변한다. 세상의 루저로 손가락질받던 아이가 당당하고 찬란한 아이로 바뀐다.”

학원이면서 종일반을 운영하기 때문에 정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오려면 자퇴를 하고 와야 한다. 어학원에서는 악기 교육을 할 수 없어 음악학원도 만들었다. 또 인성교육이나 상담도 할 수 없었는데, 이것은 교회에서의 활동을 통해서 했다. 교육과정은 초·중·고로 구분하지 않고 1단계부터 17단계로 나눴다. 초·중·고를 가리지 않고 자기 수준에 맞는 단계를 들으면 된다. 토플, 에스에이티(SAT), 에이시티(ACT) 등 미국 대학을 가는 데 필수인 과목을 비롯해 수학, 과학, 미국사, 세계사, 한국문학, 중국어 등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대학의 학점을 미리 따는 에이피(AP)도 13개 과목이 개설돼 있다. 이 학원에서 에이피를 수강하고 미국으로 간 학생들은 1년 이상 일찍 졸업하는 경우도 있다. 아침 9시에 시작해 학생들이 원할 경우 밤 9시까지 교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원장과 교사들은 주말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학생들과 카톡과 스마트폰 등으로 소통하기 위해 대기한다.

에스디시 학생들은 1인 2악기가 기본이다. 하나는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등 클래식 악기고, 다른 하나는 기타나 베이스, 드럼 등 밴드 악기다. 연극, 춤, 뮤지컬 공연을 학년이 바뀔 때마다 친구들과 한두 번씩은 해야 한다. 학생 오케스트라단은 지역사회를 찾아다니거나 국경일 등에 맞춰 공연하기도 한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협동심과 양보를 배우고 공동체도 익힌다. 1일 순이익 1억5천만원에 이르는 기부 바자도 학생들이 기획해서 할 정도이며, 보육원·양로원 방문, 쪽방촌 사랑의 짜장면 배달 등 봉사활동과 포럼 등 각종 사회활동을 통해 경험과 체험을 익혀간다. 미국 조지타운대학에 진학한 배종원 학생은 “에스디시에 오기 전엔 삶의 목적이 오로지 나 자신의 이익이고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다. 그러나 지금은 공부는 물론 악기, 연극, 춤에 능한 만능 엔터테이너가 됐다. 에스디시는 사회성, 관계성 제로였던 나에게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갖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리더로서 살아야겠다는 동기를 유발한 곳”이라고 회상했다.

학원이 명성을 얻으면서 문제 학생뿐만 아니라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까지 몰려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학교 부적응 학생이 주를 이뤘는데 이제는 60% 이상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차지할 정도로 달라졌다고 한다. 초·중·고 과정을 합쳐 정원이 300여명인데 요즘은 코로나 인해 250여명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고교 과정이 60%, 중학 과정이 22%, 그리고 초등학생은 18%다. 학비는 다른 어학원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받고 있다. 물론 무료거나 저렴한 정규학교보다는 비싸지만 과외 비용을 생각하면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고, 또 외국계 학교보다는 싼 편이다.

‘SDC인터내셔널스쿨’ 학생들로 구성된 ‘SDC오케스트라’가 2015년 서초구청이 주최한 서리풀축제에 참여해 연주하고 있다. SDC인터내셔널스쿨학원 제공
‘SDC인터내셔널스쿨’ 학생들로 구성된 ‘SDC오케스트라’가 2015년 서초구청이 주최한 서리풀축제에 참여해 연주하고 있다. SDC인터내셔널스쿨학원 제공

교회와 학원 주변은 이제 학부모·학생 등의 마을공동체가 됐다. 학부모들이 학원 주변에 몰려 살다 보니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하는 등 학부모들도 사이가 한결 가까워진 것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입학할 수 있다. 전에는 불교 신자였다는 서미혜 부원장은 두 자녀를 이곳을 통해 유학 보냈고 느낀 바 있어 기독교로 개종했고, 지금은 학원 일을 보고 있다. 고 2학년인 딸을 이곳에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학교보다 나은 학원이 있다는 선배의 권유를 받고 3개월 정도 학원을 둘러보고, 세미나와 행사 등에 참여하면서 탐색해보고 좋다는 생각이 들어 중3 때 자퇴를 시키고 이곳으로 왔다”며 “아이가 반듯하게 자라고 친구와 관계도 좋아지면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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