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학기 서울의 한 중학교. 원격수업 시간에 교사가 과제를 내라고 요구하자 한 학생이 성인비디오 영상을 업로드하는 일이 발생했다. 가해 학생은 교내봉사, 특별교육 처분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이 도입된 1학기에 이렇게 교사를 성희롱하거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불법정보를 유통하는 사례가 전체 교권 침해 사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예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제출받은 교권 침해 현황을 보면 2018~2019년이 5100건, 지난 1학기가 545건으로, 올해 코로나19로 등교수업이 줄면서 교권 침해 사례도 줄었다. 교권 침해는 대부분 학생이 저질러 각각 4662건(91.4%)과 494건(90.6%)이었는데, 모욕·명예훼손이 각각 2410건(51.7%), 249건(50.4%)으로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런데 지난 1학기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이 성희롱 등으로 교권을 침해하는 경우의 비중이 늘었다.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는 2018~2019년 학생의 교권침해에서 7.2%(335건)를 차지했는데, 지난 1학기엔 11.1%(55건)로 증가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불법정보 유통 비중도 2018~2019년 0.8%(39건)에서 지난 1학기 2.4%(12건)로 늘었다. 김민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권지원실장은 “성희롱이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배포 행위는 전체적인 비율이 높지 않더라도 교사들에게 가장 정신적으로 부담을 주는 행위”라며 “피해자가 여교사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가해학생과 직면해야 하는 고통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보안에 취약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특성을 악용한 사례도 나왔다. 광주광역시에서는 한 학생이 온라인 수업의 링크와 비밀번호를 지속적으로 유출해, 외부인이 수업에 들어와 음란행위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학생은 수업 화면을 갈무리해 다른 채팅방에 공유하며 교사에 대한 성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학생은 전학 조처됐고 피해 교사는 심리상담 등을 받고 특별휴가를 받았다. 온라인 수업을 위해 열어둔 채팅창에 교사를 성희롱하는 글을 올린 학생도 있었다.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을 반복하다 보니 이러한 교권 침해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4월, 학생이 수업 영상 속 교사의 얼굴을 위·변조해 배포하는 등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경우 교원지위법에 따라 퇴학까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민석 실장은 “처벌·징계 위주의 매뉴얼이 아닌 예방·교육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야만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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