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농업계 고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스마트교육 지원사업에 나섰다. 김순철 재단 사무총장이 지난달 14일 우리 농업과 농업계고 지원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성화고 중에 농업계 고교는 천덕꾸러기가 된 지 오래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공고나 상고에 밀렸고, 농업이 천대받은 것처럼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정보화 시대를 맞으면서 공고나 상고 등도 비틀거렸으나 다양한 변신을 시도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반면 농업계고는 우리 농업의 현실만큼이나 미래가 불투명하다. 일부 학교는 생명과학고, 바이오고 등으로 이름을 바꾸고 부활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농업계고의 현실을 바꿔보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현대적인 스마트팜 시설 설치와 함께 이런 시설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학생들의 교육을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재단 사무실에서 김순철 사무총장을 만나 농업계고의 미래에 관해서 얘기를 나눴다.
―농업계고의 변신을 어떻게 이끌 생각인가?
“농업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스마트팜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천안제일고, 김천생명과학고, 광주자연과학고 등 3개 학교에 지원하고 있다. 올해 추가로 3개 학교를 더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민간기업 등 출연기업의 사업비와 지방교육청의 사업비를 매칭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을 통해 농업계 고교의 사업계획서를 받아 지원대상을 선정했다.
이어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출연기업이 재정적 지원을 하는 형식이다. 세부적으로는 스마트팜 교육에 필요한 스마트팜 실습장 조성, 스마트팜 통합관리 시스템, 교육용 시뮬레이터 등 교육운영 통합관리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팜이 농업 분야의 세계적 추세인데도 현재 국내에 스마트팜 관련 전문가와 실습교육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론 중심의 스마트 작물재배교육보다 학생들이 실습장에서 직접 재배하며 터득하는 산교육으로 승화시키고 맞춤형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선진화된 농어업 작물 기법을 습득하자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 기반 설비를 구축해 미래 농어업 전문인력 육성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사업을 같이하는 삼성전자 등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들 사업을 제대로 만들어 모범사례로 만들 작정이다. 이 사업이 활성화되면 참여하는 기업이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금 늦은 감이 있는데.
“농업계고의 현실을 알게 된 국회에서 2018년 개최한 15대 그룹 간담회에서 스마트팜 교육 지원 필요성을 제기하여 시작하게 됐다. ‘에프티에이(FTA) 농어업법’(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조성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농업계고의 교육에 쓰는 것이다.”
―재단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스마트팜이란 단순 시설 구축을 넘어 융복합 기술인 첨단 스마트팜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육’에 방점을 두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교육청의 지원 정책에 따라 학교가 스마트팜 시설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학생들은 관행적인 재래식 농법을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해 교사에게는 학습 교보재를 제공하고, 학생에게는 실습교육을 제공하여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하여 지원하고 있다. 농업계고 지원은 초기 단계라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추진 현황을 보아가며 더 확대할 계획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대기업·공기업 등 100여개 기관에서 1000억원을 조성하여 242개 사업을 추진했다.
농수산물 생산·유통·판매 등의 분야에서 민간기업 등과 농어촌·농어업인 등 간 서로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하는 공동협력 사업, 상품권 사업 등을 벌여왔다. 또 농어촌에 필요한 농기계 등 민간기업의 제품 등을 현물로 출연받아 지자체 등과 협력하여 농어촌에 지원하는 현물출연 사업도 있다. 재단에서는 농어촌 상생협력 사업을 계속 발굴하고 있으며 홍보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나빠졌는데 기금 모금에 영향은 없나?
“한–중 에프티에이를 계기로 2017년부터 해마다 1000억원씩 10년간 1조를 모으기로 했는데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코로나까지 겹쳐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기업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의 경우 출연을 약속한 기업들이 78개에 23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102개 기업과 246억원 협약을 했다. 작년 수준을 넘어섰는데 연말까지는 약 130개사 4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로 농어촌이 어려워지자 자발적으로 지원에 나선 기업도 나오고 있다. 지역의 농산물을 구입해 코로나 의료진과 취약계층에 전달했다. 우리 재단도 기금 조성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기부금품법’ 개정이다. 우리 재단은 기업에 직접 기금 출연 요청을 할 수 없게 돼 있어 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다. 국회는 물론 농림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농업계고 지원 외에 꼽을 만한 농어촌 협력 사업을 든다면 어떤 게 있나?
“강원도 남부 태백 등 폐광지역을 살리기 위해 강원랜드 등과 함께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7년간 청년창업기업 21곳을 유치하는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최대 10억원의 지원금과 세제 혜택 등을 준다. 이 지역에 많은 인구 유입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경남 함양 등에서 도시인구의 농촌 유입을 위한 ‘농촌재생 뉴딜사업’을 하고 있다. 폐교 위기의 학교 터에 임대주택을 건설 중인데, 일자리와 주거, 기반시설까지 마련해 마을 공동체를 살리자는 것이다. 이 밖에 농어촌 지역에 소나무 등을 심어 숲을 조성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마을회관·학교 등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전국 곳곳에서 귀촌사업, 마을살리기 사업 등도 벌이고 있다.”
―향후 농어촌 협력 사업에 대해 재단에서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젊은 전문인력들이 농촌에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꿈이면서 목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농촌경제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모아 농어촌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사업도 많을 텐데.
“원래 2004년 대·중소기업협력재단으로 출범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상생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 기금을 모아 중소기업의 자립을 위한 기술과 재정적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이러다가 한-중 에프티에이를 계기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업으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글·사진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