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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민족·민주 전통의 한신대, 이젠 통일·평화로 달려간다”

등록 2020-11-23 17:17수정 2020-11-24 02:35

인터뷰ㅣ개교 80돌 한신대 연규홍 총장

일제 때 민족신학 알리려 개교
해방 후엔 민주화운동 앞장서
송창근 문익환 안병무 등 쟁쟁

빅데이터센터·피스센터 등 설립
100주년 향해 힘차게 도약
통일·평화 위한 선구자 자임
연규홍 한신대 총장은 개교 80주년을 맞아 민족·민주 한신의 역사를 바탕으로 통일·평화의 한신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신대 제공
연규홍 한신대 총장은 개교 80주년을 맞아 민족·민주 한신의 역사를 바탕으로 통일·평화의 한신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신대 제공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오산 한신대에서는 장준하 통일관 개관 및 돌베개공원 개원식이 열렸다. 이날은 을사늑약 115주년이자 순국선열의 날로 독립·민주화 운동가인 장준하 선생을 기리는 날로는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지난 80년간 ‘민족·민주 한신’의 역사를 쌓아온 한신대의 새로운 약동을 시작하는 지표로서도 안성맞춤이었다. 한신대는 지난 5월15일 개교 80주년 기념식에서 제2의 창학을 선포했다. 연규홍 총장은 ‘평화·융복합 교육의 아시아 대표 대학’을 비전으로 삼아 ‘통일시대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글로벌 평화 리더’를 양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연 총장은 2017년 9월 임기를 시작하며 ‘한신 르네상스’를 선언하고 한신대의 혁신을 이끌어왔다. 장준하 통일관 기념행사 등으로 바쁜 가운데 짬을 낸 연 총장에게 한신대의 발전과 미래 비전 등에 관해 들었다.

―자랑스러운 한신대의 80년 역사를 소개해달라.

“개교일은 1940년 4월19일이다. 20주년 개교기념일에 4·19 혁명이 일어났다. 올해엔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면서 날짜를 늦춰 기념식을 했다. 민족과 민주화가 키운 학교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신학대학으로 시작한 작은 학교지만 한국 현대사를 정신적으로 이끈 인물들을 배출했다. 해방 전에는 송창근 선생 등이 민족신학을 이끌었고, 해방 후에는 문익환 목사, 안병무 박사 등 많은 분들이 민주화에 헌신했다. 이런 역사를 이유로 1980년대 전두환 군부정권은 ‘데모하는 대학’ 한신대를 서울에서 경기도 오산으로 쫓아냈다. 하지만 우리는 40년의 역사를 새로 일궜고, 이제 100년을 향해 달려가려 한다.”

―개교 80주년을 맞아 100년을 준비하는 한신의 비전은 무엇인가?

“우선 서울과 오산의 캠퍼스를 재정비하는 제2의 창학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은 신학 중심의 휴먼케어 서비스 교육 캠퍼스로 특화할 방침이다. 사회복지, 재활상담이라든지 인간 생명을 돌보고 약자를 도와주는 휴먼 서비스가 더욱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경기캠퍼스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디지털 캠퍼스, 에코 캠퍼스를 구축하고 국제화에도 힘쓸 심산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세계가 크게 변모하고 있고, 교육도 혁신이 필요해졌다. 3년 전 취임하며 선언한 ‘한신 르네상스’가 과거를 되돌아보며 장점을 되살리자는 것이었다. 한신대는 기독교 대학으로 민주화운동의 선봉이라는 자랑스러운 전통이 있다. 이를 이어받아 새로운 시대에 맞는 ‘통일 한신’ ‘평화 한신’이라는 새로운 좌표를 설정했다. 이제 평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자는 의미다. 미래 주도적 인재를 양성하며, 평화·통일 교육의 허브로 나아간다는 메시지다.”

―다양한 기념행사도 열렸을 텐데.

“개교 8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다양한 사업을 준비했는데, 코로나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한신대 80년 자료집을 냈고, 심포지엄, 사진전, 음악회도 열었다. 취임 때부터 평화교육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한신 르네상스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문화, 예술, 체육 등 감성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두었다.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악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진전, 음악회 등을 연 이유다.

또 24일부터는 글로벌피스센터에서 세계적인 평화학자인 피터 월렌스틴 스웨덴 웁살라대 석좌교수, 미국 조지아대 박한식 석좌교수, 엠마 레슬리 캄보디아 분쟁과 평화연구센터 사무총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주제강연 및 발제자로 참여하는 온라인 국제 평화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지난 17일 오전 한신대 경기캠퍼스에서 연규홍 총장과 학교 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장준하 돌베개 공원’ 기념석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한신대 제공
지난 17일 오전 한신대 경기캠퍼스에서 연규홍 총장과 학교 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장준하 돌베개 공원’ 기념석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한신대 제공

―글로벌 피스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한반도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양극화도 있지만, 그 내면에는 분단체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게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이고 민주화의 마지막 목표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통일은 우리 민족의 틀에 갇히지 말고 세계평화를 이루는 평화여야 한다. 그래서 글로벌피스센터를 만들었다. 통일의 문제는 민족적인 국내 문제도 있지만, 미·중·일·러 등 주변 여러 강대국과의 문제가 얽혀 있다. 국제 관계 속에서 평화를 앞세우면서 통일을 이루는 방안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안으로는 와이엠시에이(YMCA)를 비롯한 시민운동단체와 연대해 단체 지도자들을 교육하는 대학원도 설립하고 평화 프로그램도 만들려 한다. 국제적으로는 외국의 분쟁·갈등 지역과 협력해 평화운동을 이끌려 한다. 중동 갈등의 중심지인 팔레스타인의 베들레헴대학과 협약을 맺고 평화운동가와 연대해 어떻게 도울까, 젊은이들을 평화 리더로 어떻게 키울까를 협의하고 있다. 스웨덴 웁살라대와 협약을 추진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평화 네트워크를 구축·운영할 방침이다. 분단체제 속에서 고난을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평화에 대해 주도적으로 발언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평화를 주도할 글로벌피스센터는 영어로는 ‘Global Peace Center for Justice’라고 명명했다. 굳이 ‘정의를 위하여’의 의미로 ‘for Justice’를 넣은 것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 속에서도 정의를 위한 평화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한신대의 해법을 듣고 싶다.

“지난 80년 동안 우리가 교육해온 내용과 방법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반적으로 혁신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혁신만이 미래를 선점하는 지속가능한 한신의 발전 동력이다. 그런 면에서 기존의 교육 방식처럼 정보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관계가 아닌, 학생과 교수가 함께 협업을 통해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바꾸려 한다. 교실을 헐어 함께 토론할 광장을 만들고, 스터디카페도 만들고, 쉼터도 만들고, 운동할 공간도 만들고 있다. 교육의 내용과 형식, 방법을 모두 바꿔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식 정보가 머릿속에만 있으면 안 된다. 실행이 돼야 하고,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 한신대는 잘 가르치는 대학일 뿐만 아니라, 취업도 잘되는 대학으로 가려 한다. 그래서 에이아이(AI)·빅데이터센터를 만들어 사고방식도 바꾸고, 분석 활용법을 가르치고, 그를 통해 전공영역을 넘나들어 융복합적인 새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창의적 융합인재를 만드는 것이 교육혁신의 핵심 과제다. 에이아이, 빅데이터 등 디지털 정보산업의 시대에는 과거처럼 문과와 이과를 나누지 않는다.”

―한신만의 차별성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참인간 교육이란 좌우명을 가지고 처음 학교를 시작했듯이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대학을 지향한다. 다른 종교는 인간이 신이 되려는 것인데, 기독교는 신이 인간이 됐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참인간이 되는 것이 구원이고 복음화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키운 인재가 평화를 만드는 사람, 평화 리더가 될 수 있다. 성경의 ‘평화를 만드는 자, 하나님의 아들이라 할 것이다’(마 5:9)라는 구절이 이에 해당한다. 또 외국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한국의 혼, 역사, 문화를 배워 다시 외국에 전파하도록 할 참이다. 한신만의 교육의 차별화, 특성화, 창의적 교육을 바깥으로 수출하고자 한다.”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지금은 모든 국민이 힘든 시기다. 학생들은 자기 꿈과 인생의 목표를 찾아가는 도정에 있는 만큼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시련 없이 영광이 없다. 한신은 개교 80년을 계기로 통일·평화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를 향해 꿈을 펼칠, 도전하는 젊은이라면 한신으로 오기 바란다. 여러분 가운데 하나가 통일 대통령이 될 것이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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