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에서 감자 캐기 체험을 하는 충북 청주시 낭성면 낭성초등학교 어린이들. 낭성초 제공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는 농촌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각급 학교가 통폐합되거나 폐교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학생이 계속 감소하니 교육청은 학교를 줄이고 싶어 하고, 학부모들은 그래도 아이들을 곁에 두고 싶어 해 양쪽이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런 거센 파도 속에서 학생 수가 늘어나는 학교가 있어 눈길을 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초등학교는 시내 중심에서 13~14㎞ 떨어진 면 단위 농촌학교다. 예전엔 학생 수가 줄어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재학생 57명 가운데 약 30명이 면내가 아닌 청주시에서 올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등하교에 스쿨버스로 30분가량 걸리는데 그만한 불편쯤이야 견디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주변에 크고 작은 산이 빼곡하고 그 사이를 감천이 휘감아 도는 곳에 자리잡은 낭성초는 뛰어난 자연환경이 첫손에 꼽힌다. 도시의 복잡함이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난 한적하고 전원적인 풍경을 가진 마음의 고향이다. 교실은 은은한 향이 나고 벌레를 막아준다는 편백나무로 꾸몄다. 아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운동장 둘레에는 맨발로 걸으면서 건강체험을 할 수 있는 황톳길이 있다. 또 숲놀이터, 창의놀이 쉼터 등 학생들의 건강한 신체발달을 돕기 위한 쾌적한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 학교 텃밭에서는 방울토마토, 상추, 무, 감자 등을 직접 심고 키우면서 자연과 농업의 소중함을 체득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3~6학년은 종이책 대신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학생 중심 수업을 하고 있다. 동영상, 사진 등 멀티미디어 자료 추가, 외부 자원 연계, 관리 기능 등이 부과된 새로운 교과서다. 가상현실체험(VR), 드론 정밀조종, 드론 영상촬영, 소프트웨어 활용 코딩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또 다양한 놀이를 통해 건강을 채우는 튼튼교실, 아름다운 율동으로 표현해보는 무용, 창의력을 키우는 창의미술, 노래하며 행복한 우쿨렐레, 영어교실 등 다양한 예체능과 어학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특히 아직은 고급 레저스포츠로 분류되는 승마 교실을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전교생이 한 달에 한 번씩은 승마체험을 할 수 있는데, 들판을 한번 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2018년에는 한국정보올림피아드 전국대회에서 4학년 학생이 출전해 금상을 탔는데, 4학년이 입상하는 일은 아주 드문 현상이어서 낭성초가 전국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학교 환경과 콘텐츠가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37명이던 학생 수가 몇 년 사이에 57명으로 늘어났는데, 청주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다. 이 학교에 오고 싶었으나 통학버스가 연결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고 한다. 면내 학생은 줄고 있지만 전체 학생 수가 줄지 않는 이유가 설명된다.
박아무개 학생은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새로운 활동을 많이 해서 좋았는데, 이제 졸업을 해야 한다니 아쉬움이 크다. 이곳에서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게 되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졸업하고도 우리 학교를 잊지 않고 늘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뒤 야산에 마련한 숲놀이터 수피야에서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 치료 목적으로 놀이 활동을 하는 충북 청주시 문의초등학교 도원분교 어린이들. 도원분교 제공
같은 상당구 문의면에 있는 문의초등학교 도원분교도 독특한 콘텐츠로 농촌학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도원분교는 2010년부터 충북 내 유일한 아토피 치유·완화를 위한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이 학교는 대청호와 양성산 등 외부 자연환경에 더해 학교 숲놀이터 등 자연친화적 시설 속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아토피 완화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교실은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석면을 제거하고 편백나무와 친환경 벽지로 마감했다. 전자칠판, 피톤치드 발생기, 스파실, 편백나무 욕조 등도 설치됐다. 운동장에는 천연잔디를 깔았고, 학교 둘레에는 편백나무를 심고, 허브 쉼터도 만들었다. 학교 뒤편 야산을 활용해 학교 숲놀이터 ‘수피야’를 조성했다. 정규 교과과정에도 생태환경놀이, 숲 체험학습의 날, 산림욕, 유기농 텃밭 가꾸기 등 에코 힐링 체험활동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방과후 활동도 생태과학, 자연물 세밀화, 전래놀이, 놀이체육 등 생태교육 중심으로 짜여 있다.
전문적인 ‘아토피 제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스파실을 활용한 스킨케어 프로그램은
전문 강사가 배치돼 학생들의 아토피 정도에 따라 목욕물 온도, 아로마, 보습제 종류를 달리해 심신 안정 치료를 도와준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줄리아 루피에서는 친환경 화장품을 제공하고 있다. 수피야 숲놀이터에서는 에코케어, 유기농 허브차를 마시는 다도와 놀이체육을 통한 스트레스케어도 있다. 청주소아병원, 청주의료원, 청주생기한의원 등 아토피 전문병원과 협약을 맺고 진단과 치료를 하는 메디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으나 2~3년 만에 종료되는 바람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2009년 전교생 21명으로 폐교 위기에 처했던 이 분교는 청주시 전역으로 스쿨버스 4대를 운영하며 현재 56명의 등하교를 지원하고 있다. 전교생 대부분이 아토피·비염·천식 등 환경성 질환을 지녀 맑은 공기, 자연친화적 환경에서의 교육활동에 만족도가 높다. 이 학교에서 한 시간 거리인 오송에서 올해 6월 전학 온 한 학생은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부모님이 소문을 듣고 오셔서 시설과 환경을 둘러본 뒤 전학을 결정했다”며 “학교에서 시원한 공기를 쐬면 기분이 상쾌하고, 스파를 하고 보습제를 바르고 나면 몸이 편안해지면서 공부에 집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