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문산수억고가 지난달 16일 9개국 16도시 105명의 학생과 함께 코로나로 지친 세계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하고 있다. 문산수억고 제공
경기도 파주시 문산수억고 학생들이 코로나에 지친 전세계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5대륙 9개국 16개 도시 학생들 105명이 함께하는 ‘코로나19 극복 온라인 콘서트’(youtu.be/jJxlz_JHdtY)를 열었다. 지난달 16일 유튜브에 올린 온라인 콘서트에서 연주된 곡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다. 학생들을 지도한 서현선 교사는 “베토벤이 난청 상황에서 기쁨을 바라며 쓴 것처럼 코로나19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부터 5개월여 동안의 온라인 콘서트 추진 과정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시작부터가 맨땅에 헤딩하기 식이었다.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친구에게 조언을 구해 각 나라마다 오케스트라가 있는 중고등학교를 소개받았고, 해당 학교 누리집에 있는 메일 주소로 행사의 취지와 지난 6월 공개한 문산수억고 1차 온라인 콘서트(www.youtube.com/watch?v=peGN8e3FyLU) 영상 링크를 보내 참여를 권유했다. 그런데 이때 외국은 방학이었기 때문에 답장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2학기 들어 학교들이 개학하면서 참여하겠다는 연락을 주는 학교들이 늘어났다. 한명 한명 늘어나기 시작한 참여 인원은 결국 문산수억고 오케스트라 단원 40여명을 비롯해, 미국·네덜란드·이탈리아·오스트레일리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마카오 등 16개 도시 105명에 이르렀다.
협주곡 콘서트 영상을 만들기 위해 현악기·타악기·관악기별로 필요한 악보를 전세계 학생들에게 전송한 뒤, 학생들이 집에서 찍은 영상을 이메일로 보내오면 문산수억고 방송반(MBS) 학생들이 취합해 편집하는 과정을 거쳤다. 참여 학교를 찾는 것도 힘든 과정이었지만, 영상 편집 역시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었다. 각자 악기에 맞게 편곡된 곡을 연주해서 보내온 영상 중에는 음정이나 박자가 조금씩 틀린 것이 있어서 다시 수정해달라고 요청을 하는 게 난감했다. 완벽한 영상을 위해 연습과 재촬영을 반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하나 아쉬운 것은 일본·대만의 중도포기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참가 의사를 밝히고 같이 연습을 할 정도로 진척된 상황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참여가 어렵겠다”며 결국 중단하고 말았다.
첼로와 베이스를 담당하는 2학년 고다연 학생은 “단체 연습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답답하게 혼자 연습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줌 화상 온라인 수업을 통해 곡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두차례의 온라인 콘서트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정한 크기, 화질을 지정하고 가로 영상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도 막상 도착한 영상은 제각각이었다. 크기, 화질도 다양하고 심지어 세로 영상도 있었다. ‘영상 완성도가 떨어지겠다’는 생각에 황당했지만, 다양한 색깔, 무늬, 재질, 크기의 천 조각을 연결하는 퀼트처럼 짜 맞추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런 들쑥날쑥함이 조화를 이뤄 훨씬 멋지고 독창적인 영상으로 탄생됐다.
100개가 넘는 영상을 모아 하나의 교향곡으로 편집하다 보니 프로그램이 다운돼 다시 작업하는 일도 생겨 학생들을 허탈하게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또 밤을 새워가며 연락하고 편집하다 보니 다음날 학생과 교사가 기진맥진하는 일도 다반사였지만, 완성한 온라인 콘서트를 보고는 보람으로 바뀌었다. 편집에 참여한 엠비에스 부장 최성림 학생은 “온라인 콘서트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에 공감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며 “쉽지 않은 과정이었는데 무사히 마쳐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5일 문산수억고 ‘통일 마중물의 날’에 열린 등굣길 음악회에서 학생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문산수억고 제공
두번째 온라인 콘서트가 성공한 것은 1차 콘서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개학이 늦어지다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4월께 서 교사에게 온라인 콘서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등교수업이 시작된 5월께 학생들에게 악기를 집으로 가져가 연습을 하도록 했다. 한달여 만에 교내 오케스트라 ‘레전드’ 학생 30명이 참여해 <어벤져스: 엔드게임> 주제곡을 연주해 영상을 제작했다. 작곡가 앨런 실베스트리가 영상을 직접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자다가도 일어나 연습할 정도로 눈물겨운 노력을 한 덕이다. 레전드 오케스트라는 3년이 채 안됐다. 2018년 현악기를 전공한 서 교사가 부임해 리코더 합주단을 구성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어 빌려온 바이올린 20대를 투입해 오케스트라 흉내를 냈다. 지난해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바이올린, 첼로, 베이스, 플루트, 클라리넷 등 다양한 악기를 갖추면서 구색을 맞췄다. 처음 악기를 잡아본 학생들이 대다수였는데, 짬 나는 대로 모여 열심히 연습했다. 현재는 정규 동아리와 자율 동아리 등에 6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서 교사는 2차 온라인 콘서트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비하인드 스토리 영상을 만들고 있다. 참여한 외국 학생들의 반응 등을 메일로 받고 있는데 “3차 때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밝힌 친구들이 많았다. 뒷얘기 영상은 1월 중순께 엠비에스 유튜브 계정에 올릴 예정이다. 온라인 콘서트를 이끈 서 교사는 “우리 학교는 농촌 학교로 이런 큰 경험이 부족했는데, 1차 온라인 콘서트에 이어 2차까지 성황리에 마쳐 뿌듯하다”며 “앞으로 3차 콘서트까지 열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