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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성소수자 학생에게도 안전한 학교 만드는 게 비난할 일인가요?”

등록 2021-01-22 05:00수정 2021-01-22 08:29

서울시교육청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 초안
‘성소수자 학생 보호 및 지원’ 명시에 반발
교사·부모 “성소수자도 내 자식” 간절한 목소리
‘청소년 성소수자여도 괜찮아. 띵동이 있으니까'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채널 ‘띵동’ 화면 갈무리
‘청소년 성소수자여도 괜찮아. 띵동이 있으니까'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채널 ‘띵동’ 화면 갈무리

“성소수자 학생을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동성애를 확산시키는 것입니까? 아직도 수많은 편견과 차별 속에서 때로는 자신의 목숨조차 포기하는 성소수자 학생들을 구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 그렇게 비난할 일입니까?”

20년간 교단에 선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ㄱ씨는 지난 19일 서울시교육청 누리집에 시민청원을 올렸다. ‘학생인권종합계획의 강력한 추진과 혐오 없는 학교 만들기를 원합니다’란 제목이다.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에서 활동 중 ㄱ씨는 “평소 어린이, 학생 인권 관련해 정책 모니터링을 하다가 2기 초안을 보고 정말 필요한 내용이 잘 담겼다 생각했는데,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큰 목소리를 내어 반발하는 걸 보고 이 초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시민청원을 올렸다”고 말했다. ㄱ씨는 “교육 관련 공공기관에서 ‘성소수자 학생 보호와 지원’이 명시된 것은 거의 처음 아니냐”며 “이번에도 반대 목소리에 못 이겨 이 내용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ㄱ교사가 올린 시민청원은 이틀 사이 2000여명의 동의를 얻었지만, 일주일 앞서 같은 공간에 게재된 ‘만 3살 유치원부터 젠더 이데올로기와 편향된 사상을 주입하고자 하는 학생인권종합계획을 반대합니다’란 청원은 21일 오후 3만명의 동의를 훌쩍 넘겨 교육감 답변 대상 게시물이 됐다.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은 이번 초안이 ‘동성애 의무 교육을 강화한다’며 교육청 앞에서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시교육청이 12월 초 내놓은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2021~2023) 초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최근 열흘간 27건 올라와 있다. 교육청은 3년에 한 번 수립하는 학생인권종합계획의 2기 초안을 만들어 지난 12월 초 학교 현장에 의견수렴차 배포했는데,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다. 교육청은 26일 ‘서울 학생인권의 날’에 초안을 놓고 토론회를 벌인 뒤 2월까지 최종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최종안은 과연 어떻게 완성될까.

‘성소수자’를 말하지 못하는 교육청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은 ‘성소수자 학생 보호 및 지원’ 표현이 명시된 점이다. 이번 초안은 다섯 가지 정책 목표 중 하나인 학생의 생존권을 위한 안전보장을 위해 ‘혐오와 차별이 없는 학교 만들기’를 추진 과제로 놓았다. 이를 위해 유·초·중·고 장애인권교육 연 2회 의무 실시 정착, 다문화 학생 인권교육 강화,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 등이 초안에 언급됐다. 또한, ‘성소수자 학생 보호 및 지원’ 항목에 성소수자 피해 학생 상담조사 지원이 포함됐다.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인권교육을 강화하는 성인식 개선 교육을 하고, 성평등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18년 수립된 1기 학생인권종합계획(2018~2020)에도 ‘소수자 학생 차별 예방 및 지원’ 내용이 포함됐지만, 소수자가 누구인지는 장애학생, 학생선수 등을 제외하곤 언급하지 않았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관계자는 “실제 학교에는 성소수자 학생이 존재하고 이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외면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이번에 성소수자 보호 내용이 들어간 것인데 일부 단체에서는 ‘에이즈 확산 교육’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1기 때도 반대 목소리로 인해 성소수자 보호 내용이 빠지게 됐는데, 2기 때 어떻게 최종안이 나올지 의견수렴 중”이라고 설명했다.

“매일같이 피해 상담 접수되는데…”

“띵동엔 청소년 성소수자의 학교 내 피해 상담이 매일 같이 접수되고 있다. ‘게이 같아’, ‘레즈 같아’라는 놀림이 일상인 환경, 아웃팅(성소수자임이 강제로 알려지는 것) 협박, 따돌림과 신체적 폭력 사례가 수년째 줄어들지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교육을 하니 ‘학교에 안 가서 괴롭힘당할 일이 없다, 차라리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학교는 청소년 성소수자에겐 하루하루 고통을 견뎌야 곳이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에서도 2기 최종안에서 성소수자 보호와 지원을 명시해달라며 20일 성명을 냈다. 보통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사무국장은 “성소수자 학생을 차별과 괴롭힘에서 보호하고자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 ‘동성애 의무 교육’이란 말로 바뀌어 근거 없는 두려움을 조장하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는 ‘민원’이 아니라 ‘혐오’ 선동”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종합계획에 ‘성소수자 학생 보호 및 지원’을 포함하는 것을 주저하는 동안, 10대 성소수자들은 학교에서 혐오 발언과 괴롭힘을 경험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2014)를 보면, 13~18살 청소년 성소수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다른 학생으로부터 혐오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92%, 교사로부터 혐오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80%에 달했다. 다른 학생으로부터 따돌림, 모욕, 폭력 등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54%였다.

성소수자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들도 이번 2기 종합계획에 성소수자 학생 보호와 지원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늘 성소수자부모모임 대표는 말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학교에서 혐오와 괴롭힘 때문에 더이상 죽지 않았으면 합니다.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고 학교생활을 해나갈 수 있게 서울시교육청에서 도와주십시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 모두가 귀한 내 자식입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바로가기 : 집도 학교도… 발붙일 곳 없는 ‘10대 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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