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청년하다 등 대학생 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사학비리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학생 기자회견'에서 사학비리 근절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들은 정관에 ‘법인’ ‘목적’ ‘대한민국’ 등 형식적인 단어들만 나열하고 있을 뿐, 독자성과 다양성이 반영된 설립 목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1일 대학교육연구소가 전국 151개 사립대학 법인 정관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정관 ‘목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법인’ ‘목적’ ‘대한민국’ ‘교육이념’ ‘고등교육’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단어들의 빈도가 높은 이유는 대부분의 학교법인들이 2005년 폐지된 ‘학교법인 정관 준칙’을 아직도 기계적으로 인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46개(30.4%) 법인은 정관 준칙을 거의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과거 정부는 사학기관을 유지·경영하는 법인에 대해 ‘학교법인 정관 준칙’을 만들어,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 등을 일률적으로 강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1986년 예규에선 “이 법인은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에 입각(의거)하여 ○○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한다”를 정관 목적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2005년 ‘대학 자율화’ 차원에서 이를 폐지했는데, 15년이 지난 뒤에도 상당수 학교법인들이 과거 준칙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이념과 꽃동네정신” “진리와 자유정신” “유도정신” 등 나름의 건학이념을 제시한 학교법인들도 있으나, 이들 역시 옛 교육법 또는 현행 교육기본법·고등교육법 내용을 인용하거나 참고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연구소는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사학 자유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정관의 ‘설립 목적’, 즉 ‘건학이념’의 독자성과 다양성이 매우 부족하고, 획일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사학의 자유의 원천은 설립 행위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설립 목적에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정관 준칙에서 인용한 단어들을 제외하면 ‘교육’ ‘사회’ ‘국가’ ‘기독교’ ‘지도자’ ‘정신’ ‘교회’ ‘양성’ 등이 정관 목적에 많이 나타났으며, 종교 관련 단어가 들어간 학교법인은 전체의 49%였다. 특히 ‘기독교, 장로회, 그리스도, 복음’ 등이 포함된 학교법인이 36.4%를 차지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전국 151개 사립대학 법인의 정관 ‘목적’을 분석해 가장 많이 나온 단어들을 표현한 그래픽. 대학교육연구소 보고서 갈무리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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