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규 기자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경제통’이다. 삶의 이력이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경험이 없는 분야에서 ‘확신’이 지나치면 ‘오진’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 부총리가 26일 밝힌 ‘방과후 학교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방침은 ‘오진’에 가깝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지적이다. 김 부총리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방과후 학교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방과후 학교의 비교과 영역 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진단과 처방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고교에서 사교육 수요는 왜 생길까? 바로 대학입시 때문이다. 사교육은 한 단계라도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는 치열한 입시 경쟁 구조를 먹고산다. 이른바 ‘플러스 알파’ 수요다. 여고 교실에 ‘30분 더 공부하면 내 남편 직업이 바뀐다’는 급훈이 내걸리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공부는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다양한 소질 개발을 위해 들여온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이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구나 주요 대학들은 갈수록 입시에서 논술고사 비중을 높이고 있다. 2008학년도부터 9등급제로 바뀐다고 하지만 수능의 영향력도 여전하다. 학생들이 ‘남보다 한 발 더 앞서기 위해’ 논술과 수능, 내신(학생부 교과영역) 대비 학원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사교육 수요가 입시와 관련된 교과에 몰려 있는데, 비교과 영역 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해 사교육을 잡겠다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자칫 학교 밖 사교육 수요는 학교 안으로 끌어오지 못하면서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짐만 얹어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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