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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립유치원 교사 “육아휴직 수당 준다지만, 탁상행정”

등록 2021-03-11 19:08수정 2021-03-12 02:42

교육부, 공공성 강화·교사처우 개선책
대부분 1년 계약에 임신 땐 해고
“고용 불안에 수당으론 해결책 안돼”
감사자료 안 내면 유아모집 정지키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천에서 9년째 사립유치원 교사로 일하던 ㄱ(32)씨는 올해 초 유치원을 그만뒀다. 아이를 갖고 싶어서다. 지난해 동료 교사가 원장에게 임신했다고 말하자 원장은 “방과후 교사를 하든지 아니면 나가라”고 말했다. 방과후 교사는 시간제에다 신체적으로 더 힘든 일을 해야 하는데도 원장은 “배려 차원”이라고 했다. ㄱ씨는 “어차피 나한테도 같은 말을 할 게 뻔했기 때문에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11일 교육부는 2018년 본격적으로 추진했던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의 후속 조처를 발표했다. 사립유치원의 법인 전환 유도, 매입형·공영형 등 국공립유치원 확대 등의 방안이 담겼다.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사립유치원에는 유아 모집을 정지시키는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도 추진한다.

특히 교육부는 이번 조처에 사립유치원 교사들에 대한 지원책도 담았다. 국공립유치원 교사와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급하는 기본급 보조금(2021년 71만원)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내년 3월부터 육아휴직을 하는 교사에게 국공립유치원 교사가 받는 수준으로 육아휴직 수당을 지원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재원 분담, 지급 방식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한 사립유치원 교사가 유치원과 맺은 근로계약서 일부. 계약 기간은 1년에 불과하고, 1년이 지나면 자동종료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전국사립유치원교직원노동조합 제공
한 사립유치원 교사가 유치원과 맺은 근로계약서 일부. 계약 기간은 1년에 불과하고, 1년이 지나면 자동종료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전국사립유치원교직원노동조합 제공

사립유치원 교사들 사이에서는 “현실과 거리가 먼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의 경력 5년차 교사는 “1년 계약에 원장이 재계약 안 해주면 사실상 해고인데 임신이 어떻게 축복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사립유치원에서 육아휴직률이 낮은 것은 휴직 전에 이미 권고사직 등의 형태로 그만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애초 임신 가능성이 작고 월급을 적게 줘도 되는 미혼 초임 교사들 위주로 채용한다는 구체적인 지적도 잇따랐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사립유치원 교사 10명 가운데 4명이 “육아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그나마 민간에서 244명만을 조사한 결과여서 실제론 “주변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는 반응이 많다.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불안정한 신분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휴직수당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따르는 교원임에도 법인이나 원장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는다. 대부분 1년 계약인데, 이에 대해 육아정책연구소는 “매년 오르는 호봉을 반영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잦은 이직과 저경력 현상을 양산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유치원생 10명 가운데 7명이 사립을 다닐 정도로 사립 의존도가 높은데 교사들이 장기적으로 경력을 쌓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에선 유아교육의 공공성 담보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가장 시급하게 손대야 할 영역이 교사 처우인데도 교육부는 2018년 이후 지금껏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사인 간의 계약이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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