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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코로나에 추락하는 고교 중위권

등록 2021-04-26 12:06수정 2021-04-27 02:42

중학교선 학력양극화 심화
고교생은 학력 저하 뚜렷
재난 결과 평등하지 않았다
올해부터 달라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에 맞춘 첫 고등학교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첫날인 3월23일 서울 서초구 반포고에서 1학년 학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부터 달라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에 맞춘 첫 고등학교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첫날인 3월23일 서울 서초구 반포고에서 1학년 학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의 한 고등학교는 현재 1~2학년에 대해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번갈아 한다. 이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김아무개씨는 원격수업을 하는 아침이면 ‘콜센터’ 직원처럼 바쁘게 전화를 돌린다. 자는 학생들을 깨우기 위해서다. 코로나19 2년 차에도 학생들은 ‘시차 적응’이 힘든 모양새다. 김씨는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원격수업에서 불러도 대답이 없고 학교에 나와서도 휴대전화를 쥐고 있는 시간이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5등급이었던 학생들이 1등급으로 오르기도 했는데….” 김씨 목소리에선 무기력해진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코로나19 이후 고등학교에서 줄어든 중위권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기보다 하위권으로 대거 추락하는 ‘학력 저하’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런 현상은 기초학력 미달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와이티엔(YTN)과 공동 분석한 ‘2020년 코로나 학력격차 실태’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서울·광주·전북 등 전국 8개 시·도에서 표본 지역으로 선별한 31개 시·군·구 내 모든 중학교(560곳)·고등학교(413곳)의 중2와 고1이다. 분석은 ‘학교 알리미’ 누리집에 공시된 학교별 국·영·수 학업성취도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지난 20일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코로나 이후 서울 시내 중학교에서 ‘학력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지만, 이날 발표는 고등학생까지 포함해 분석 범위·대상이 훨씬 넓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분석 결과 중학교에서는 중위권이 줄고 상·하위권이 동시에 늘어나는 ‘학력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고, 고등학교에서는 중위권과 상위권이 줄고 하위권이 크게 늘어나는 ‘학력 저하’ 현상이 나타났다. 고등학교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가운데 중학교보다 학업 난이도가 높은 점이 학력 저하에 많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등교수업 축소로 기초학력이 떨어졌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를 염두에 두고 내신 시험 문제를 출제해야 하기 때문에 중학교와 달리 난이도를 조정할 여지가 적은 이유도 있다.

2019년 1학기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1학기 고1의 국·영·수 학업성취도 분포를 비교해보면, 코로나 이전 세대는 상위권(학업성취도 A등급) 18.5%, 중위권(B~D등급) 54.8%, 하위권(E등급) 26.7%로 분포해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세대는 상위권 17.2%, 중위권 50.4%, 하위권 32.4%로 분포해 있었다. 코로나 전후 중위권은 4.4%포인트, 상위권은 1.3%포인트 줄었는데, 하위권은 되레 5.7%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러한 학력 저하로 지난해 1학기 고등학교에서는 국·영·수 세 과목 가운데 어느 과목이든 E등급을 받은 하위권이 40% 이상인 과목 비율이 중학교보다 갑절 이상 많았다. 중학교는 하위권이 40%가 넘는 과목이 차지하는 비율이 14.1%였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하위권이 40%가 넘는 과목의 비율이 35.1%였다. 이에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은 “중위권은 교사·동료의 대면 도움이 있으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즉 등교수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부류”라며 “지난해 고1 중위권은 고등학교에 올라 와서 교육과정의 난이도가 높아진 데다 원격수업 영향으로 기초학력에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원격수업 장기화에 지쳐 아예 자퇴를 한 학생들도 있다. 지난해 전남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1학년을 마친 유아무개(18)씨는 지난달 학교를 자퇴하고 수능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유씨는 “원격수업에서 선생님이 진도를 나가도 등교해서 제대로 못 들었다는 애들이 꼭 있어서 같은 내용을 반복하게 된다. 차라리 자퇴를 하고 정시로 대학을 가자는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유씨가 보게 될 2023학년도 대입에서는 정시 비중이 40% 이상으로 크게 늘어난다.

더욱이 고등학생의 ‘학력 저하’ 현상은 지역별로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학업성취 하위권이 40% 이상인 과목 비율은 전국 학교 기준으론 35.1%지만, 지역별로 구분해 보면 최하 14.3%에서 최대 57.6%까지 격차가 벌어진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쪽은 “(코로나라는) 재난은 모든 학교에 찾아왔지만 재난의 결과는 결코 평등하지 않았다”며 “학교교육의 빈자리를 혹독하게 체험하는 지역이 있는 반면, 사교육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지역에서는 재난이 되레 기회가 돼 상위권이 늘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학력 양극화’와 ‘학력 저하’ 모두 문제지만, 학력 저하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경원 교육정책자문관은 “학력 저하 현상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이 더 늘어났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고교생의 학력 저하가 누적되지 않도록 교육당국이 빨리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김지은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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