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정부세종청사와 17개 시도교육청 앞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노동 안전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장애 아이를 돌보는 특수교육보조인력으로 일하는 여성인 이아무개씨는 최근 한의원에 방문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하루에도 서른번씩 여섯살 남자아이를 앉혔다 일으키곤 하다 보니 무릎 통증이 생긴 탓이다. 증세는 점점 안 좋아졌지만 대체인력이 없으니 하루도 쉴 엄두를 내기가 어려웠다. 이씨는 2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가 없으면 같이 일하는 분이 내 일까지 대신해야 하니 죽을병이 아니면 출근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급식실 조리사와 청소노동자, 돌봄전담사와 과학실무사 등 학교의 교육공무직 10명 가운데 9명이 최근 1년간 몸이 아파도 쉬지 않고 출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해 이날 공개한 ‘교육공무직 노동자, 건강한가’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온 답변이다.
조사 응답자 8310명 가운데 89%가 ‘최근 1년간 아파도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들은 출근을 강행해야 했던 가장 큰 이유로 ‘나 대신 일할 사람이 없어서’(45%)를 꼽았다. ‘동료에게 피해가 갈까 봐’(39%)라는 답변도 많았다.
응답자의 39%는 자신의 현재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판단했으며, ‘업무와 건강 사이에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91%가 ‘그렇다’고 답했다. ‘업무 중 건강에 영향을 미칠 위험한 상황과 사고를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68%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응답자들은 현장에서의 안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위험한 상황이 일어나도 학교 쪽이 제대로 조처하리라는 신뢰가 있느냐’는 질문에 63%가 ‘없다’고 답했고, 66%는 ‘업무 중 휴게시간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와 17개 시도교육청 앞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육공무직 노동자의 노동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60%에 이르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조차 모른다. 위원회가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아픈 학교에서 어떻게 건강한 미래를 만들 수 있겠나.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들의 노동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사업주로서 책임 있게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지은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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