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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들 ‘놀이와 행복권’ 가진 주체로 인정하는 법제화 절실”

등록 2021-05-04 18:45수정 2021-05-05 02:36

[짬] 육아정책연구소 박상희 소장

박상희 제 6대 육아정책연구소장. 강성만 선임기자
박상희 제 6대 육아정책연구소장. 강성만 선임기자

“아이들한테 행복은 ‘기쁨이 충만한 상태’라기보다는 ‘삶이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이 지켜지는 안정감이 있는 상태’입니다. 한결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안아줄 때 아이들은 행복하죠.”

지난 1월 취임한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은 ‘요즘 아이들은 행복한가’라는 물음에 이렇게 운을 뗐다. 올해로 설립 16년인 육아정책연구소는 ‘영유아의 국가인적 자원 육성을 위한 육아정책을 연구 및 개발하는’ 국무총리 산하 국책 연구기관이다. 연구원은 41명이다.

연구소 목표를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행복한 육아”에 두고 있다는 박 소장은 “아이를 돌보는 부모 행복이 바로 아이의 행복”이라고 했다. “부모의 불안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옮겨갑니다. 내재화하는 거죠.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이 발달지연이나 문제행동 등을 보인다면 이는 부모의 불안이 아이들한테 내재화한 탓이 커요.”라고 말을 이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원장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발달지연 등의 문제를 갖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요. 우리 사회와 부모가 지금 아이들을 편안하게 안아주고 일관성 있게 양육하는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지난 3일 서울 회현역 근처 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박 소장에게 3년 임기 동안 연구소를 어떻게 이끌지 묻자 “연구 대상 시기를 영유아기 전체로 폭넓게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연구소는 유치원과 어린이집과 같은 기관 중심의 육아정책 연구를 많이 했어요. 인간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영아기(생후 1년까지) 등에 대한 연구는 소홀했죠.” 이유를 묻자 그는 체험으로 얻은 교훈을 들려줬다. “제가 유아교육과 교수를 하면서 부설 어린이집 원장도 했는데 원생들을 보니 처음엔 같이 출발하지만 4~5년 뒤에는 차이가 벌어져요. 그때 아이들이 최적의 발달을 하려면 영유아 시기에 제대로 발달 지원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그는 고려대 교육학과를 나와 중앙대 유아교육과에서 ‘아이들의 글쓰기’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고 2001년부터 광주광역시에 있는 광신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사회가 해줄 수 있는 게 뭐냐고 하자 그는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아이들의 권리를 법으로 강화해야죠. 우선 헌법에 아이들을 ‘놀이와 행복에 대한 권리’를 가진 주체로 규정하면 좋겠어요. 지금 아이들은 부모의 불안 때문에 유아기에 뺑뺑이 돌면서 발달 단계에 어울리지 않는 학습을 강요받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아동 학대 문제에 대한 해법이다. “아동에 대한 폭력은 다른 폭력보다 훨씬 장기적인 사후 관리가 필요해요. 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많고 재발 비율이 높아 한 개인의 삶을 파괴하기 때문이죠. 피해 아동과 가해자 모두에게 장기간 심리 치료를 지원해 재학대를 예방하고, 아동 학대 징후가 보일 경우 보육교사나 소아과 의사가 반드시 신고하도록 해야죠. 신고자도 보호하고요. 아동 학대 대응도 경찰에게 맡기지 말고 아동 학대에 대한 판단 능력이 있는 아동보호기관 종사자들이 경찰에 준하는 권한을 가지고 직접 하면 좋겠어요.”

지난 1월 취임한 유아교육 전문가

올해 설립 16돌…연구원 41명

“아이들 발달 지연과 문제 행동

가장 큰 이유는 부모의 불안감”

”그간 소홀한 영아기 연구도 비중

코로나로 언어발달 떨어질까 우려”

코로나바이러스가 영유아기 아이들에게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뭘까? “언어와 사회성 교육을 가장 우려하고 있어요. 같은 말을 해도 표정에 따라 의미가 여러 가지로 달라지잖아요. 코로나가 오고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으니 언어 발달이 지연될 수 있어요. 언어 발달 격차가 커질 수도 있고요. 거리 두기로 사회성 교육도 어렵고요. 이 문제를 연구소가 모니터링하겠다고 기획재정부에 연구 예산 지원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그는 취임 뒤에 연구소에 있던 기존 저출산팀을 없앴단다. “저출산은 우리가 비중 있게 다룰 연구 주제가 아니라고 봤죠. 사실 저출산 문제는 청년 정책을 제대로 펴면 풀 수 있어요.” 이런 말도 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이름을 미래인구위원회 정도로 바꾸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저출산이라는 말은 저출산이 심각한데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비난의 느낌이 있어요. 고령화도 어감이 부정적이죠. ‘늙는 것도 서러운데 빨리 죽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게 하죠.”

육아 선진국이 어디냐는 말에 그는 북유럽이라면서도, 이들 나라에서 배울 점을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회가 달라서죠. 한국인들의 핵심 감정은 불안입니다. 우리는 반도 국가라 자주 외침을 받았고 그때마다 왕은 제대로 백성을 보호하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자신을 지키려고 스스로 짱돌을 들었죠. 지금 청년들은 자식을 낳아도 자신들보다 더 잘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세대입니다. 우리는 태어나면 바로 무한경쟁에 내동댕이쳐집니다. 경쟁에서 도태되면 끝이죠. 국가가 ‘경쟁에서 밀려도 다른 길이 있다’는 생각을 청년들이 갖게 할 때 저출산 문제도 답이 있겠죠.”

왜 교육학과에 들어갔냐고 하자 답이 재밌다. “학교가 너무 재미없어 바꿀 방법이 없는지 찾아보려고 갔어요. 그런데 대학 수업도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대학원은 유아교육과를 갔어요. 대학원은 좋았어요. 유아교육은 아이들 놀이에서 시작되니까요. 학습자 중심이고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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