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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수노조 등 5개 고등교육단체 “대학 구조조정 또 지방대 죽이기 될 것”

등록 2021-05-24 16:33수정 2021-05-25 18:17

“대학별 입학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것”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은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대학들에 대한 정원 감축 대상의 범위나 감축률 설정이 유의미하게 되지 않을 경우 학생 수 감소 부담은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에 돌아갈 것”이라며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교육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은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대학들에 대한 정원 감축 대상의 범위나 감축률 설정이 유의미하게 되지 않을 경우 학생 수 감소 부담은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에 돌아갈 것”이라며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교육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수도권 대학도 최대 50%까지 정원 감축 권고 대상에 포함시키는 대학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번 방안도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구조조정의 ‘무풍지대’로 남기고 ‘비수도권 대학 죽이기’로만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 5개 고등교육단체는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에 대해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일부 보이지만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매우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을 모두 아우르는 유지충원율을 점검해 전국 5개 권역별로 기준에 미달하는 하위 30~50% 대학에 정원 감축을 권고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 설계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충원율이 100%를 넘는 수도권 대규모 주요 대학들이 등록금 수입으로 직결되는 학부 정원을 스스로 줄일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유지충원율 점검 전 대학별 적정 규모화 계획을 받아 우수 대학에는 재정적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정원 감축에 나서지 않는 대학이라도 일반재정지원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권역별로 정해진 적정 감축분에 얼마나 미달하느냐에 따라 하위 30~50% 비율이 정해지는 방안도 충원율 상위권 대학에 유리한 점이다. 이번 구조조정에서는 대학별로 적정 감축분이 정해진 게 아니어서 동일 권역 안의 대학들은 적정 규모화 계획을 만들면서 일종의 ‘눈치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만약 충원율 상위권 대학의 참여가 저조하면 해당 권역의 정원 감축 권고 비율은 최대 5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수도권 가운데서도 서울이 아니라 경기·인천 소재 대학들이 정원 감축 권고를 받는 등 대학별 입학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학부 정원을 1.5명 줄이면 대학원 정원 1명을 늘릴 수 있던 것을 일대일로 완화하는 등 정원 감축 촉진을 위한 대책들도 수도권 대규모 주요 대학이나 시도할 수 있는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비수도권 대학은 학부 충원도 어렵지만 대학원 충원도 어렵다. 학부 정원을 대학원으로 돌릴 수 있는 여력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미충원으로 위기에 몰린 비수도권 대학들에 대해 교육부가 폐교·청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정원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재 비수도권과 전문대의 위기는 수도권 일부 대학에만 지원을 집중하는 교육부의 불공정한 정책에서 비롯된 면도 크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인 BK21플러스 사업의 경우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9개 사립대가 2013~2017년 5년 동안 4천억원을 지원받은 반면 경북대, 충북대 등 9개 지역 거점국립대는 2900억원을 지원받았다.

배태섭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대외협력국장도 “교육·문화·일자리가 다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 정원이 줄고 정원이 줄었다는 이유로 재정지원도 못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부실 대학 낙인이 찍히게 된다”고 주장했다. 2000~2019년까지 비수도권 대학은 입학정원의 30.2%를 감축했는데 이는 수도권 대학의 2배, 서울 소재 대학의 3배에 이른다.

근본적으로는 수험생들이 수도권 대학이 아닌 비수도권 대학을 선택할만한 유인책이 나와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뾰족한 수가 나온 바 없다. 지난 3월 교육부는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는데 대학교육연구소는 당시 논평에서 “정책의 상당 부분이 이미 추진해 온 정책을 되풀이하는 수준”이라며 “산학협력 강화 등의 정책은 당장 문 닫을 상황이라고 아우성치는 비수도권 대학의 호소에 비춰보면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진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5개 고등교육단체는 “비수도권 사립대들이 폐교 전 단계에서 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는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0% 수준인 고등교육재정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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