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여자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남자 교사에 대해 즉각적인 직위해제 조처를 했다고 25일 밝혔다. 교내 불법 카메라 전수조사를 올해부터 연 2회 의무화했음에도 현직 교사가 연루된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사과를 표명했다. 시교육청은 학생·교직원 상담치료 등 피해 지원을 위한 후속 조처에 나선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최근 자신이 근무하는 남자 고등학교의 여직원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 두 대를 설치한 30대 교사 ㄱ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ㄱ씨는 카메라를 발견한 학교 쪽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ㄱ씨의 전임 근무지인 학교에서도 이 소식을 듣고 자체 조사한 결과, 마찬가지로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가 설치된 게 확인됐다. 경찰은 ㄱ씨의 전임 근무지로 수사망을 넓히고 불법 촬영물 배포 여부에 대해서는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즉시 ㄱ씨를 직위해제했으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징계 수위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13일 경찰 수사가 들어온 날 곧바로 직위해제를 했다”며 “경찰 수사 결과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면, 징계위원회를 거쳐 중징계가 내려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 구성원들에게 사건 현황을 공개하고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는 등 공동체의 신뢰 회복과 피해자 치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쪽은 “피해자들이 누군지 아직 특정은 되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충분히 의견을 들어서 어떤 지원을 받고 싶은지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학생 상담과 학급별 회복 교육 지원 △교직원 상담·치유 프로그램 지원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한 영상물 삭제·치료·법률 지원도 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내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8년부터 전수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모든 학교와 기관에 연 2회 이를 의무화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6월 경남 김해와 창녕에서 현직 교사가 학교 여자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잇따라 발각되자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을 내놓고 시·도 교육청이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단속을 지역 공공기관과 협조해 사전 예고 없이 연간 두 차례 이상 진행하도록 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피해지원 등 후속대책 보도자료를 통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발생한 불법촬영으로 충격과 상처를 받으신 피해자분들과 학부모님께 교육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가해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최대한 신속하게 징계 조처할 예정이며, 상시 점검 체계를 구축해 두 번 다시 이런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김지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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