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귀리밥과 감자 맑은국, 돼지고기 김치볶음, 배 등으로 차려진 점심 급식 모습.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그 많던 편의점 도시락을 구경하기조차 어렵네요”, “줄김밥, 떠먹는 요거트는 살 수 있는데 삼각김밥, 마시는 요거트는 왜 못 사나요?”, “딸기·바나나 우유도 안 된다네요.”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일부터 원격수업으로 학교급식을 먹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점심을 지원하는 ‘희망급식 바우처 사업’을 시작한 뒤 최근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지원 대상은 약 56만명으로 초 1~2, 고3, 특수·소규모 학교 학생 등 매일 등교하는 학생들과 꿈나무카드를 지원받는 저소득층 학생, 탄력 급식 신청 학생, 초등 돌봄교실 이용 학생을 제외한 서울 초·중·고 학생들이다. 10만원권 바우처를 7월16일까지 쓸 수 있는데, 하루 사용 한도는 없다. 이용의 편의성을 고려해 사용처는 편의점으로 정하되, 학교급식을 대체하는 사업인만큼 식품안전정보원 연구원 등 전문가 7명의 자문회의를 거쳐 구매 가능 품목을 제한했다. 구매 가능한 10개군의 식품은 도시락, 제철 과일, 흰 우유, 두유, 야채 샌드위치, 과채주스, 샐러드, 떠먹는 요거트, 훈제계란, 김밥(삼각김밥 제외)류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왜 좀 더 다양한 품목을 구매하지 못하게 하느냐는 불만과 도시락의 경우 품절이 잦다는 불만이 나왔다. 하지만 일선 영양교사들은 “이번 사업은 분명히 학교급식을 대체하는 차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품목 제한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각김밥의 경우 양이 적고 너무 짜고 자극적이라 영양학적으로 권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딸기·바나나 우유의 경우 서울 학교급식 기본방향을 봐도 ‘우유 고유의 맛과 색에 영향을 주는 당, 향료, 색소 성분 등을 첨가한 가공유는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력 15년의 서울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학교급식은 나트륨과 단순당의 지나친 섭취를 줄이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며 “내가 자문위원이라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락의 경우에도 학교급식과 유사하게 ‘나트륨 함량 1067㎎ 이하, 칼로리 990㎉ 이하, 단백질 11.7g 이상’이라는 기준을 지켜야 때문에 성인에 견줘 학생들이 구매할 수 있는 도시락이 적을 수밖에 없다. 유독 품절이 잦은 까닭이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상보다 도시락이 조기 소진되고 있는 것은 맞다”며 “학원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경우 물량을 늘려달라고 편의점 업체들에 계속 요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편의점 업체들도 학교급식 기준에 맞는 이른바 ‘건강 도시락’을 새로 출시하는 등 학생들의 희망급식 바우처 수요를 반영하는 추세다.
서울시교육청 스스로 현장의 혼란을 부추긴 점도 있다. 요거트의 경우 떠먹는 방식 말고도 마시는 발효유 제품도 많은데 이를 고려하지 못하고 ‘떠먹는 요거트’라고 못 박아 버린 점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실제로 편의점에서는 생달걀을 제외한 모든 가공란류(반숙란, 메추리알 등)가 구매 가능한데도 ‘훈제계란’으로 안내를 해 학부모나 학생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사전에 놓친 부분이 맞다. 이번 주 안에 자문회의를 열어 마시는 발효유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품목에 대한 표현도 명확하게 해 재안내하겠다”고 해명했다.
사업 설계 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의 혼란을 줄이고 사업 취지도 해치지 않도록 좀 더 고민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강서구의 중학교에서 일하는 서민수 영양교사는 “편의점이 학생들이 접근하기 가장 안전하고 가깝다는 점에서 사업의 취지에는 크게 공감한다”면서도 “지금처럼 구매가 가능한 제품들을 나열만 할 게 아니라, 학생들이 건강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게 도시락+음료+과일을 조합한 다양한 식사 패키지를 구성해 안내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업 시작 직후부터 학부모 민원이 쏟아지자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반영해 구매 가능 품목을 확장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학생들의 건강과 식습관 등을 생각했을 때 학교급식에 준하는 영양학적 고려는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삼각김밥 등은 앞으로도 구매를 허용하지 않을 예정이고, 같은 맥락에서 딸기·바나나 우유, 과일 통조림류에 대한 구매도 계속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체들이 사업의 취지와 무관하게 10만원권 바우처를 한 번에 소비할 수 있도록 7만원 이상 고가의 과일바구니 상품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서는 “이미 나온 상품을 소진한 뒤에는 한 개에 3만9천원이 넘지 않는 제품만 내놓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매 제한 개수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
김지은 이유진 기자
quicksilv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