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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기초학력 미달’ 최대 2배 이상 증가…코로나발 학력저하 공식 확인

등록 2021-06-02 09:49수정 2021-06-03 02:42

교육부, 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발표
‘코로나발 학력저하’ 국가통계로 첫 확인
고2·중3 영어, 기초학력 미달률 갑절 이상↑
고2 수학은 4.5%p 늘어난 13.5%가 ‘수포자’
학교생활 행복도 감소…학력저하에 영향 미쳐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전국 연합 학력평가가 치러진 지난 3월23일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기출문제 등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전국 연합 학력평가가 치러진 지난 3월23일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기출문제 등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축소로 지난해 교과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학년과 과목에 따라 많게는 갑절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발 학력저하’가 국가 공식 통계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이 국가 교육과정의 교육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알아보는 시험으로, 매년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약 3%(지난해 2만1179명)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별 평가는 절대평가로 치러지며, 성취 수준은 1수준(기초학력 미달), 2수준(기초), 3수준(보통), 4수준(우수)으로 나뉜다. 학교생활 행복도 등을 알아보는 설문도 병행한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평가 결과, 중3 국어·영어, 고2 국·영·수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1수준) 비율이 코로나19 유행 이전이었던 전년에 견줘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폭이 가장 큰 과목은 영어로, 고2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019년 3.6%에서 지난해 8.6%로, 중3은 2019년 3.3%에서 지난해 7.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가장 높은 과목은 고2 수학으로 2019년 9%에서 4.5%포인트 늘어나 13.5%를 기록했다. 7명 가운데 1명가량은 이른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인 셈이다. 영어와 수학은 저학년에서 학습 결손이 발생하면 뒤늦게 따라가기가 어려운 과목이라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뿐만 아니라 중3 국어·영어, 고2 국어 등에서 보통 학력(3수준) 이상 비율도 전년에 견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3 국어는 2017~2019년 3년간 84.9%→81.3%→82.9%를 기록하다 지난해 75.4%로 크게 떨어졌다. 고2 국어 역시 같은 기간 75.1%→81.6%→77.5%에서 지난해 69.8%로 떨어졌다.

대도시와 읍면 지역의 학업성취 격차는 고2의 경우 전년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지만, 중3은 전년에 견줘 격차가 더 벌어졌다. 2019년 중3 국어와 수학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지역 간 격차가 각각 1.1%포인트, 4.9%포인트였지만, 지난해에는 4.2%포인트, 7.3%포인트까지 커졌다. 특히 읍면 지역 중3 학생의 수학 과목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지난해 18.5%에 달했다.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해 유 부총리는 “코로나19로 일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자신감, 학습의욕 저하 등도 학업성취수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우관계, 동아리 활동 등을 아우르는 학교생활 행복도 ‘높음’ 비율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지속해서 증가하다가, 지난해 중3은 전년에 견줘 4.9%포인트 감소한 59.5%, 고2는 3.5%포인트 감소한 61.2%로 나타났다. 원격수업의 한계도 학력저하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격수업 관련 설문 결과 ‘선생님으로부터 배운다는 기분이 든다’는 내용에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중3 15.5%, 고2 17.6%였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습과 심리·정서, 사회성 결손을 종합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이른바 ‘교육회복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학습 결손 회복을 위한 맞춤형 지도, 정서·사회성 회복을 위한 전문적인 지원과 활동, 취업·진로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 말에 ‘교육회복 프로젝트’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우선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교육부는 내년부터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을 처음으로 ‘컴퓨터 기반 평가’(CBT)로 바꾸기로 했다. 또 현행 3% 표집 평가를 유지하되, 원하는 학교는 자율적으로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밖에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학업, 정서 발달 등의 누적된 결손을 추적하는 ‘코로나19 대응 중장기 종단조사’도 올해부터 3년간 실시한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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