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149개 상장기업 남녀 평균 임금 격차가 35.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노동자가 100만원 받을 때 여성노동자는 64만1천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 임금의 날’을 하루 앞둔 1일 상장법인 및 공공기관 노동자의 성별 임금 격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2149개 상장기업 사업보고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올라온 369개 공공기관 성별 임금 정보(등기임원 제외)를 전수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가부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상장기업 성별 임금 격차를 전수조사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장기업 남성노동자, 여성보다 평균 2870만원 더 벌어
상장기업 남녀 노동자 1인당 평균 임금 격차는 2870만원(35.9%)이었다. 상장법인 전체 남성 1인당 평균임금은 7980만원, 여성은 5110만원으로 나타났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3월 발표한 2020년 ‘유리천장지수’ 중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성별 임금 격차는 12.8%였다. 이 발표에서 한국 임금격차(32.5%)는 조사 대상 29개국 가운데 가장 컸다. 한국 다음으로 임금 격차가 큰 일본(23.5%)보다 무려 9% 더 큰 수치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성별 임금 격차는 평균값으로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 발표는 중위값으로 집계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여가부 전수조사에서 2020년 성별 임금 격차는 2019년에 견줘 0.8%포인트 소폭 감소했으나 그 수치는 미미했다. 2019~20년 성별 임금 자료를 모두 공시한 2029개 기업 가운데 성별 임금 격차가 완화된 기업은 절반이 조금 넘는 1112개(54.8%)였다.
전체 상장기업 성별 근속연수 격차는 평균 4년(32.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평균 근속연수는 12.2년, 여성 평균 근속연수는 8.2년이었다. 2019년에 비해 2.6%포인트 줄었으나 여전히 큰 격차였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남녀 근속연수 격차와 임금 격차가 서로 연동되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남성 평균 근속연수가 여성보다 긴 기업에서 남녀 임금 차이도 대체로 크게 벌어졌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여성노동자 비중이 51%인 사업시설 관리·사업 지원·임대 서비스업(청소·소독·조경·고용알선·여행사·경비·각종 물품 임대 등)은 임금 격차가 48.5%(남성 5280만원, 여성 2720만원)로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컸는데, 근속연수 격차 역시 54.7%(남성 8.6년, 여성 3.9년)로 제일 크게 벌어졌다. 반면 임금 격차가 가장 작은 22.5%(남성 6690만원, 여성 5190만원)인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여성노동자 비중 41%)은 근속연수 격차 역시 7.6%(남성 12.2년, 여성 11.3년)로 전체 업종 가운데 제일 작았다. 여가부는 “산업별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재직 여성 고용 유지, 여성 관리자·임원 진출 등 정책적 지원과 기업 차원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남녀 모두 1인당 평균임금이 가장 높은 금융·보험업 임금 격차는 41.4%(남성 1억1680만원, 여성 6840만원)로 전체 평균임금 격차(35.9%)보다 컸지만, 근속연수 격차는 10.1%(남성 12.7년, 여성 11.4년)에 그쳤다. 여가부는 “해당 업종은 근속연수보다는 낮은 여성 대표성 등이 임금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금융·보험업 노동자 10명 중 4명 이상(44.9%)이 여성이었지만, 여성관리자는 10명 중 2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17.9%)이었다.
지난해 공공기관 노동자 임금 격차도 27.8%(남성 7760만원, 여성 5610만원)로 상장기업보다는 차이가 작지만 여전히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2019년에 견줘 0.8%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근속연수 격차는 36.1%(남성 13.8년, 여성 8.8년)로 상장기업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여가부는 남녀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육아휴직 확대 등을 통한 재직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고용유지 지원, 관리자 진출 등 여성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시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시했다. 현재는 기업별 남녀 노동자 연간 급여총액과 1인 평균 급여액만 공시하게 돼 있어 성별 임금 격차의 구체적 원인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가부는 “고용형태, 직급, 등기·미등기 임원별 임금 정보를 성별로 분리해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여성의 고용시장 진입과 함께 유리천장 해소, 성별 업종분리 등 노동시장에서의 성격차 해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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