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낙태죄’가 폐지된 이후 인공임신중절 관련 교육·상담에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이용실적이 두 달간 십여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인공임신중절 교육·상담료 실적을 보면, 올해 8~9월 의사로부터 인공임신중절과 관련된 교육·상담을 받은 사례는 16건에 그쳤다.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등에서 상담을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었고, 16건은 모두 병상 수가 30개 미만인 의원에서 상담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인공임신중절 관련 교육·상담을 요청한 여성이 의사로부터 정확한 의학 정보를 얻고 심층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올해부터 ‘낙태죄 처벌 조항’의 효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인공임신중절 관련 정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뤄진 조처다. 상담을 받고 싶은 사람은 진료실 등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에서 20분 이상 개별 교육·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교육·상담료는 2만9000원∼3만원 수준이다. 교육·상담에서 인공임신중절 수술행위 전반, 수술 전·후의 주의사항과 자기관리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추정 인공임신중절 수술 건수에 비해 교육·상담 건수가 턱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 건강보험 적용 이후에도 교육·상담이 ‘유명무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공단의 ‘최근 3년간 인공임신중절수술 요양급여 현황’을 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사례는 9716건에 이른다. 부모의 유전학적 질환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5가지 사유에 해당해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는 사례만 한해 2000∼3000건에 이르는 상황에서 대면 교육·상담 건수는 두 달간 10여건에 그친 것이다.
비대면 방식으로 위기임신 및 임신중지 관련 상담·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위기임신출산 종합상담센터는 비교적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임신출산은 고립으로 혼자서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정춘숙 의원이 위기임신출산 종합상담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상담실적을 보면, 지난 1월부터 8월31일까지 이용내역은 648건이었다. 위기임신출산에 대한 상담은 161건, 인공임신중절 관련 상담은 59건 이뤄졌다. 648건의 상담실적 중에 대면 상담은 1건에 그쳤고, 나머지 대부분은 아이사랑포털·러브플랜 누리집과 전화 등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중지 관련 상담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대체 입법 미비로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이 혼선을 겪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춘숙 의원은 “위기임신출산 상황에 놓인 분들이 혼자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적기에 공적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임신중지 교육상담과 위기임신출산 종합상담센터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임신중지에 대한 입법 공백 문제가 해소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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