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여성

애인·남자친구가 저지르는 다양하고 ‘친밀한 폭력’, 실태 드러난다

등록 2021-11-03 15:54수정 2021-11-03 16:05

여가부, 첫 ‘여성폭력 실태조사’ 3월 발표
혼인·가족관계 중심 기존 조사가 놓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도 조사
코로나 이후 젠더폭력 양상도 추적될 듯
일러스트레이션=이강훈 작가
일러스트레이션=이강훈 작가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IPV·Intimate partner violence)’을 보다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한 ‘여성폭력 실태조사’가 지난달 처음 시행되어 내년 3월 공개를 앞두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기존에 3년 주기로 해왔던 4종의 실태조사(성폭력·성희롱·성매매·가정폭력)가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가해지는 여성 대상 폭력의 양태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스토킹 피해에 따른 조치와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인식, 코로나19 이후 여성폭력 양상 등이 처음 드러날 전망이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여성가족부는 지난 9월23일부터 한달동안 만19세 여성 7000명을 대상으로 첫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2019년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여성가족부장관은 기존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성희롱 실태조사에서 누락된 여성폭력에 관하여 여성폭력실태조사를 실시하라’고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실태조사는 완료됐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분석을 거쳐 이르면 내년 3월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더 폭력의 실태를 보여주는 통계는 크게 두 종류다. ①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이 매년 발표하는 범죄통계와 ②여가부가 일반 시민 중 일부를 표본으로 수집해 3년마다 진행했던 실태조사다. 범죄통계는 가해 행위별로 구성되기에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젠더 폭력의 실상을 포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여가부 실태조사도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여성 상대의 젠더 폭력은 성적·정서적·신체적·경제적 폭력 등 양상이 다양한데도, 기존의 성폭력 실태조사는 성폭력 행위에만 한정된 측면이 컸고, 가정폭력 실태조사 또한 ‘혼인·가족’ 관계가 중심이기에 데이트 폭력, 이별 범죄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종의 폭력을 파악하는 데 틈이 적지 않았다.

올해 처음 시행된 ‘여성폭력 실태조사’는 이런 미비점을 상당부문 보완했다. 먼저 ‘성폭력’에만 한정됐던 질문을 신체·정서·경제적 폭력으로 넓혔다. 응답자의 신체적 폭력 경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몸을 다치게 하려고 물건을 던지는 행위 △칼이나 흉기로 위협하는 행위 △머리카락을 움켜잡거나 당기는 행위 △화상을 입히는 행위 등 10가지 행위를 예시로 제시했다. 정서적 폭력 경험 여부를 묻는 문항은 △면박주거나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겁주기 위해 내가 아끼는 동물, 물건, 사람(자녀 포함) 등을 해치거나, 해치겠다고 위협하는 행위 등 5개 행위를 구체적으로 예시했다. 별도 문항으로 상대에 의한 통제 경험(어디에 있는지를 지나치게 알려고 하는 행위나, 가족·친척 등 다른 사람의 연락과 만남을 못하게 하는 행위 등)도 물었다. 경제적 폭력 문항은 △내 몫이 있는 수입, 저축 등 금융 자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행위 △직장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행위 △위자료·생활비·양육비 등을 지급하지 않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하는 행위 등 6가지로 구성됐다.

설문의 구체성은 현실적 대책 마련을 위한 실태 파악에도 유용하지만, 이런 행위가 젠더 폭력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응답자에게 알려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존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단순 피해현황 정도만 물었던 스토킹 관련 문항도 더 구체화됐다. 스토킹은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전조 범죄’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어떤 종류의 스토킹 피해를 당했고, 그 스토킹이 누구로부터 행해졌으며, 어떻게 대처했고, 만약 경찰에 신고했다면 경찰은 어떤 조치(가해자 피해자 분리,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 안내, 100m 이내 접근금지 조치 등)를 취했는지까지 물었다. 최근 10∼20대 여성들 사이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온라인 그루밍 대한 인식도 물었다.

질문을 추가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성이 경험하는 폭력의 빈도와 양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적할 수 있게 한 점도 눈에 띈다. 유엔 위민(UN Women) 등 각종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젠더 폭력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속속 나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 상황을 반영한 통계나 실태조사가 발표된 적은 없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한겨레가 필요합니다.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