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시민들이 환호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내에서 ‘낙태죄’로 처벌받은 여성이 처음으로 복권됐다. 여성단체는 “그동안 처벌이 문제였고 복권은 당연한 조처”라면서 실질적인 후속 입법 및 대책을 촉구했다.
법무부는 24일 오전 신년 특별사면 발표에서 처음으로 “‘낙태사범’ 1명에 대해 복권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낙태죄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낙태죄로 처벌받았던 대상자를 엄선해 1명을 복권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하는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법무부 발표를 보면, 복권 대상자는 형법상 자기낙태죄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 받고 집행유예를 받은 여성이다. 자기낙태죄란 낙태한 여성에게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원 이하를 선고하도록 한 형법 269조1항 규정을 가리킨다. 법무부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 동시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집행유예 대상자에 대한 “법률상 자격제한 회복을 위한 복권”이라고 설명했다.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공무원은 당연퇴직이고,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지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신규 공무원에 임용될 수도 없는 등 법률상 자격제한이 있다.
여성단체는 복권 조처에 대해 실질적인 법·정책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낙태죄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국회의 보완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후속 조처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 ‘입법 공백’ 상태다. 박지영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는 “임신중단에 대한 처벌이 문제였기 때문에 오늘 발표된 ‘복권’은 혜택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이번 사면을 계기로 부당하게 처벌받았던 여성들에 대한 자격제한을 해지하고 불이익은 없어져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아름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낙태죄 관련 복권 대상은 상징적으로 한명을 대상으로 지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실질적인 법·정책 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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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