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아존중감 및 경계선 성격 등의 개인 성격적 결함보다도 ‘폭력에 대한 태도’가 실제 데이트폭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일 한민경 경찰대 치안대학원 범죄학과 교수와 홍세은 경찰대 치안대학원 박사과정생이 형사정책연구 겨울호에 발표한 ‘성격 및 폭력 태도 특성에 따른 남성의 유형화와 데이트폭력 차이 분석’ 논문에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담았다.
연구진은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19∼59살 미혼 남성 2000명을 대상으로 수집된 데이트폭력 가해 실태조사(2015)를 활용해 이들의 성격적 특성과 폭력에 대한 태도, 데이트폭력 경험 등을 고려해 데이트폭력 행동 수준에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우선 조사 대상 남성들을 관계안정형·폭력억제형·폭력관용형·폭력지향형의 4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연구진은 ‘폭력지향형’과 ‘폭력억제형’의 차이에 주목했다. 폭력지향형과 폭력억제형 모두 개인 성격으로는 낮은 자아존중감, 불안정한 대인관계, 경계선 성격 특성 등 성격적 불안 요소가 크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조사 대상자의 8.8%(175명)로 집계된 ‘폭력지향형’은 폭력 행사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 태도를 보였고, 이는 실제 신체·정서적 데이트폭력으로 이어지며 가장 높은 수준의 폭력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사 대상 남성 중 절반에 가까운 48.1%(962명)은 폭력을 긍정적인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억제하려는 태도를 지녀, 데이트폭력 가해 위험성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데이트폭력 가능성이 가장 작은 ‘관계안정형’은 조사 대상자의 33.0%(659명)였다. 이들은 높은 자아존중감과 낮은 경계선 성격 등 성격적 결함이 적고, 폭력을 문제해결 수단으로 쓰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폭력에 대한 우호적이고 허용적인 태도’가 데이트폭력 가해 행동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영향요인으로, 개인 차이보다는 학습된 폭력에 대한 태도가 실제 데이트폭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향후 초・중・고등학교에서 폭력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들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처벌법 등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폭력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교정하는 인지 치료 프로그램 등을 실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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