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경남, 전남 지역에 확진 임신부가 분만할 수 있는 병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확진 임신부를 위한 분만 병상이 340만명이 사는 부산조차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전남, 경북도 0개였다. 확진자의 긴박한 분만 사례 등이 이어지며 임신부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지만, 개선은 더딘 상황이다.
6일 보건복지부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에 제출한 ‘17개 시도별 코로나19 확진 산모 분만 병상 확보 현황(3일 기준)을 보면, 전남·경북·부산을 제외한 14개 지역에 100개의 분만 병상이 갖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46개, 대구 20개로 가장 많았고, 인천·경기는 5개, 광주·경남 4개, 전북·제주 3개, 대전·충북·충남·울산 2개, 강원·세종이 1개씩이었다. 지난달 24일 방역당국은 2월 중 확진 임신부 분만 병상을 200개까지 늘리고, 119구급대와 응급실·입원병동·병상배정반이 참여해 정보를 공유하는 ‘핫라인’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확보된 병상은 목표치의 절반에 불과하고, 임신부들은 ‘핫라인’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한다.
2월까지 병상 200개 확보 목표, 실제로는 100개 그쳐
‘위태한 출산’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경북 구미의 한 산모는 병상을 구하지 못해 보건소 1층 임시 시설에서 출산했다. 같은 날 광주시 한 산모는 구급차에서 아이를 낳았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산모는 구급대원이 인근 병원 20여곳에 전화를 돌리고도 병상을 확보하지 못해 헬기로 300㎞ 떨어진 경남 진주까지 이동해 출산했다. 지난 1∼2월 임신부 확진자는 총 595명(1월 527명, 2월 68명, 복지부)이었다.
임신부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현재 임신부가 확진되어도 △분만이 임박한 상황이어야만 △보건소를 통해 분만 가능한 병상을 안내받을 수 있다. 막상 코로나19 확산으로 전화 문의가 폭증해 연결조차 어려운 보건소에 임신부들은 모든 정보를 의탁한 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너댓새 하나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엔 충남 아산에 사는 32주 임신부라 밝힌 이가 “(보건소와 통화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늦은 시간 겨우 통화가 되었지만 병실이 없으니 방법이 없다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같은 날 또 다른 임신부는 “보건소는 연락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신한 것이 후회된다”는 글도 올렸다. 분만 가능 병상 명단을 공개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지난달 9일에는 “(확진 임신부가) 어디에서 출산할 수 있을지 막막하게 이곳저곳 전화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출산할 수 있는 병원 리스트를 공개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한달(2월3일~3월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확진 임신부 분만 병상 관련 글은 7건에 이른다.
방역당국은 “병원 명단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명단을 공개했을 때 해당 병원이 낙인 찍힐 가능성이 있다는 병원장 요청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써는 확진 임신부가 분만병원 명단을 안다고 해서 얻는 실익이 없다. 실제 분만이 닥쳤을 때 해당 병상이 차서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고, 그러면 도리어 현 시스템에 대한 불신만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반장은 “진통이 오면 보건소가 가장 가까운 병원에 병상 배정을 받아서 119가 이송하는 게 현 시스템이다. 저희가 헬기를 띄워서라도 확진 산모를 이송해 드리고 있다”며 “음압시설을 갖추지 않은 일반 분만병원에서도 확진 임신부 분만을 지원해달라고 협조 요청도 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헬기 이송’을 지켜보는 임신부는 더 불안하다. 지난 2일 남편이 확진되어 자가격리 중인 35주 임신부 ㄱ아무개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출산은 그 자체로 응급상황이다. 더욱이 응급 제왕절개라면 시간이 지체될수록 산모, 태아의 생명이 위험해진다”며 “확진 산모들 후기를 들어보면 119는 보건소에 문의하라고 하고, 보건소는 그제야 대학병원 수십곳에 전화 돌리다가 시간이 상당히 지체되고서야 아슬아슬하게 병상을 구한다고 한다”고 했다. ㄱ씨는 “병원 명단을 공개하기 어렵다면 방역당국과 병원이 실시간으로 병상 수와 가동률을 파악하는 시스템이라도 구축해 최소한 전화 문의를 하다 지체하는 시간이라도 단축해 달라”고 했다.
이와 비슷한 요구는 의료계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지난달 22일 <한겨레>에 “분만팀과 산모를 연결해주는 라인이 있어야 한다. 지역별로 분만 가능한 병원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실시간 병상을 파악할 수 있는 전산망을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 “이래야 전화할 필요 없이 (확신 임신부를) 이송할 수 있다”고 했다. 임산부 코로나 확진자의 현황을 파악하고, 분만 예정일이 임박한 임산부들이 분만 가능한 병원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연결해 줄 관계망 서비스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복지부가 일반 분만병원에 협조를 구한다고 했지만 (병원이) 동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현재로써는 분만 전담 병원을 정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도 덧붙였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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