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학 중인 외국인 여성 2명 중 1명은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가운데 경찰이나 학교 내 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28%에 그쳤다.
지난 2월 발간된 <다문화사회연구저널>(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원)에 수록된 논문 ‘외국인 여성 유학생의 성폭력 안전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국내 유학 기간 중 3년 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47.3%(194명)였다. 이 가운데 80.3%가 중복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지난 2020년 8월부터 10월까지 온·오프라인에서 한국에 3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 여성 유학생 4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성폭력 가해자는 ‘모르는 사람’(73.7%·중복 응답)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37.1%)이 많았다. 애인 및 배우자(11.3%), 학교 동기 및 선후배(10.8%), 고용주 및 직장상사(9.8%)로부터 피해를 입은 경우가 그 뒤를 이었다. 피해유형은 성희롱(38.3%)·성추행(33.7%)·디지털 성폭력(25.4%)·강간 및 강간 미수(18.3%)·스토킹(9.5%)·불법촬영 및 유포(5.4%) 순이었다.
피해자들은 신체적·정서적 고통을 호소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응답자 가운데 11%(22명)가 신체적 상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56.5%)은 성폭력 피해 이후 심각한 수준의 신체적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의 51%는 피해를 입은 뒤 우울 등 부정적인 정서적 변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자 10명 중 7명(71.6%)은 공식적인 지원체계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방법을 모르거나(38.8%)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34.5%)는 응답이 많았다.
논문은 외국인 여성 유학생의 성폭력 피해 예방과 지원을 위한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이주여성의 폭력 등 안전 지원과 관련된 논의는 주로 결혼이주여성 및 이주여성 노동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사회적 개입의 방안으로는 △외국인 여성 유학생 지원거점센터 설립 △성폭력 피해 지원 기관 및 구체적인 도움 정보 리스트 다국어 제작·배포 △대학 내 기관 등에 유학생을 위한 성폭력 신고 플랫폼 설치 △상담 지원 시 전문통역 배치 등을 제시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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