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여가부 장관 인선 방침…후보자 봐야 여가부 미래 보인다

안철수 위원장 “여가부 장관 발표 예정”
여가부 당분간 유지…재편 갈등 이어질 듯
보수 일부 ‘독일 모델’엔 관심

안철수 인수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3월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여성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여성단체 대표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개편 논의를 보류하고 기존 정부조직대로 조각하겠다고 밝히면서 존폐 기로에 섰던 여성가족부도 윤석열 정부에서 당분간은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여가부 장관도 이번 조각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며 “임명된 여가부 장관께서 조직을 운영하면서 그 조직에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좀 더 국민들을 위해서 나은 개편 방안이 있는 것인지 계획을 수립할 임무를 띠고 그 역할을 맡게 되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그동안 윤석열 당선자의 대선 공약인 ‘여가부 폐지’ 이행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구체적 개편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인수위가 ‘여가부’를 폐지하고 ‘미래가족부’에 가족·인구 관련 업무를 맡기는 방안, 기존 여가부 업무를 보건복지부·법무부 등에 이관한 뒤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두 방안 모두 독립적인 집행권·예산편성권을 가진 성평등 주무부처의 폐지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여성계와 시민사회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일각에서는 여야 가리지 않고 거부감이 적은 독일의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를 대안적 모델로 제시하기도 한다. 한국의 여가부가 정책 대상으로 삼는 여성·가족·청소년 업무에 더해 노인·인구변동 문제까지 성평등 주무부처가 포괄하는 방식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공동으로 주관한 토론회에서 “양성평등 문제에 대해 규모 있는 체제로 개편하는 독일식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가 인수위에 제안한 ‘성평등부’도 청년·인구 정책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독일 모델’과 유사하다. 하지만 여가부가 ‘독일 모델’로 재편될 경우 사실상 ‘여가부 폐지’ 공약이 ‘여가부 확대’로 귀결되는 셈이어서 윤석열 당선자로선 수용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여야 대립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 과반 의석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의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여가부 폐지’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안을 담은 정부조직법이 국회에 상정된다면, 국민의 인권과 생명에 관한 중요 현안으로 인식하고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썼다.

이제 지명될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여가부 재편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첫 단서가 될 전망이다.

임재우 이재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