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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동료 집에 불법 카메라…환경부, 6개월간 여가부 통보 안 했다

등록 2022-06-24 18:31수정 2022-06-24 22:30

지난해 12월, 경찰로부터 수사 개시 통보 받아
환경부 “피해자가 노출 꺼려 반대한다고 판단”
환경부 직원이 동료 집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환경부 직원이 동료 집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환경부 직원이 동료 집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가 이 사건을 인지하고도 관련 사실을 여성가족부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지난해 개정·시행된 성폭력방지법과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국가기관은 성폭력·성희롱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면,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지체하지 않고 이를 여가부에 통보하고, 3개월 이내에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여가부에 제출해야 한다.

장현경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장은 이날 <한겨레>에 “환경부로부터 해당 사건에 대해 통보받은 바 없다. 재발방지대책도 제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환경부가 사건 발생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이유가 단순 착오인지 아니면 피해자가 (여가부 통보를) 명시적으로 거부했기 때문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경찰로부터 환경부 소속 과장급 공무원 ㄱ씨에 대한 수사 개시 통보를 받았다. ㄱ씨는 동료 직원 ㄴ씨 집에 방문해 불법촬영용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받는다. 환경부는 이 사실을 통보받고 ㄱ씨를 직위해제했다. 그러나 자체 감사를 통해 별도 조사를 하지도, 징계 절차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여가부에 성폭력 사건 발생 사실을 통보하지도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피해자가 사건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 여가부에 통보하는 것도 반대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여가부 통보에 대한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피해자가 견지해온 입장을 고려할 때 반대할 것이라고 짐작했다는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겨레> 취재가 시작된 24일 오후가 돼서야 “여가부와 이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앞서 23일 ㄱ씨에 대해 수사기관으로부터 기소의견 통보를 받고, 이날 저녁 중앙징계위원회에 ㄱ씨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국가기관이 여성가족부에 성폭력·성추행 사건 발생 시 통보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은 환경부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해군 여중사 성폭력 사망 사건 당시, 국방부는 피해자가 최초 피해 사실을 밝힌 시점 (8월7일) 1주일 만인 8월13일 오후에서야 여가부에 통보했다 .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보도 (12일) 되고 , 일부 언론이 통보 의무 위반을 지적한 뒤였다. 당시 여가부는 “이 사건이 성폭력방지법 위반 첫 사례인지 검토 중 ”이라고 밝혔으나, 추후 이와 관련해 별도의 고발을 하지는 않았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성폭력 방지법·양성평등기본법의 한계 때문이다. 이 법에는 법 위반 시 ‘제재 조항’이 없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돼 알려지지 않는 이상 해당 기관이 통지 의무를 어겼는지를 여가부가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실제 여가부는 이날 해당 사건이 보도된 이후에야 사건 발생 사실을 인지했다.

여가부는 “공공부문에 주기적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제재할 방법이 없는 등 법에 미비한 부분이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성폭력 사건 발생 사실 통보 의무를 위반한 기관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규정하는 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인데, 이에 대한 입법지원 등을 통해 법의 실효성을 확보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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