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자는 강간이나 강제추행을 저지른 오프라인 성범죄자에 견줘 상대적으로 젊고, 미혼인 경우가 많았으며, 고학력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을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였고, 피해자에게 죄책감을 느끼거나 반성하는 태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법무부 의뢰를 받아 진행한 ‘디지털 성범죄자 특성 연구 및 심리치료 프로그램 기초 매뉴얼 개발 연구용역’을 보면, 수감시설 입소 시점을 기준으로 디지털 성범죄자의 평균 나이는 34살로 오프라인 성범죄자 평균 나이(39.7살)보다 6살 가까이 어렸다.
교육 수준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디지털 성범죄자 가운데 대졸 이상 학력자 비중은 19.6%로 오프라인 성범죄자(13.4%)보다 6.2%p 높았다. 반면, 중졸 미만자(무학 및 초졸) 비율은 8.3%로 오프라인 성범죄자(19.5%)의 절반 수준이었다. 디지털 성범죄자가 오프라인 성범죄자보다 고학력자 비율이 높고, 저학력자 비율이 낮은 것이다.
미혼자 비율과 주거 안전성도 디지털 성범죄자 집단이 오프라인 성범죄자 집단보다 높았다. 디지털 성범죄 집단의 미혼자 비율은 61.6%였고, 오프라인 성범죄자의 미혼자 비율은 48.8%였다. 자신이 소유한 집에 사는 ‘자가’ 비율 역시, 디지털 성범죄자 집단이 43.6%로 오프라인 성범죄자 집단(26.2%)보다 17.4%P 높았다.
디지털 성범죄자는 아동(13살 미만)보다는 청소년(13∼19살)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향을 보였다. 아동 대상 범죄 비율은 디지털 성범죄자 집단이 11.6%, 접촉 성범죄자 집단이 20.7%였는데, 청소년 대상 범죄 비율은 디지털 성범죄자 37%, 접촉 성범죄자 25.4%였다.
연구원은 오프라인 성범죄와의 대조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자 고유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2020년 12월31일 기준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1627명의 수감자(디지털 성범죄자 783명, 오프라인 성범죄자 844명)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디지털 성범죄자의 심리 특성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수감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도 했다. 재범 위험성이 높거나,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 평가에서 중간 수준 이상 점수를 받은 11명을 대상으로 성범죄 동기, 피해자에 대한 인식 등을 물었다.
그 결과 참여자들은 성욕·외로움 해소를 위한 영상 채팅→영상통화 녹화→성착취물 판매 통한 수익화 등 점차 심각한 범죄로 들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자의 상당수가 가정에서 음주·폭력·학대·빈곤 등을 겪은 것으로 분석됐다. 아버지의 외도·폭력·도박·사망 등이 공통된 성장 환경으로 꼽혔다. 연구팀은 “아버지 역할자의 부재는 이들이 가정 내 성역할을 올바르게 학습하는 기회를 차단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연구팀은 범죄자들의 디지털 성범죄를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로 여기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피해자가 합의금을 노리고 신고했다며 왜곡해 인식하며, 심각성을 축소하는 태도를 보였다. 진지하게 반성하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었다.
“그때 당시에는 많이 미웠고 찢어 죽이고 싶었는데요.… 처음에 그 사람이 제가 합의를 요구했을 때 500만 원을 달라고 했었거든요. 그래가지고 아 이 사람 돈 때문에 그러는구나….” (ㄱ씨)
“마음이 반반입니다. 어떤 때는 진짜로 미안했다면 어떨 때는 나를 왜 신고했지….” (ㄴ씨)
“배포를 하거나 그랬으면은 확실하게 막 미안하다는 그게 들 것 같은데….” (ㄷ씨)
일부는 심지어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디지털 성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디지털 성범죄=엔(n)번방 같은 조직적 범죄’라고 인식하는 식이다. 여성을 강제추행하고, 자신의 신체 사진을 피해자에게 전송해 수감된 한 범죄자는 조주빈에 대해 “때려죽여야 한다. 여자들에게 피해 많이 줬지 않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이 조직적 성착취 범죄만을 디지털 성범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이해를 돕는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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