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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스토킹피해자보호법 국회서 100일 외면…그새 3명 살해됐다

등록 2022-08-05 09:00수정 2022-08-05 09:12

스토킹피해자보호 공백 9달째
성폭력·가정폭력 시설서 임시 지원
“꼭 필요한 맞춤형 지원 어려워”
2021년 스토킹 상담건수 전년 2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된 지 5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지난 4월28일 정부안으로 여가위에 회부된 이 법안은 이후 단 한차례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53일간 국회 공백이 이어진데다, 지난 2일 열린 여가위 전체회의는 국민의힘 위원 전원이 불참하면서 40여분 만에 산회했기 때문이다.

법안이 국회에 발 묶인 100일 동안(4월28일~8월5일) 최소 3명의 여성이 스토킹 가해자에게 살해당했다. 지난 6월6일 경기 성남에서 이미 한차례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입건됐던 남성이 다시 피해자를 찾아가 살해했고, 이틀 뒤인 8일 경기 안산에서 스토킹 피해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가해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지난달 5일에도 안동시청 여성 공무원이 산하기관의 40대 남성에게 살해됐다. 가해자가 평소 피해자를 따라다니는 모습이 주변에 여러차례 목격됐다고 전해진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3건이다. 보도되지 않았거나 살해까지 이르지 않은 스토킹까지 포함하면 피해규모는 더 크다.

당장 법안 심사해도 수개월 더 걸릴 듯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공백 기간은 다른 젠더폭력 관련 법안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길다. 성폭력 등 젠더폭력을 다루는 법안은 처벌법과 보호법이 따로 제정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라는 각각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처벌법과 보호법 제정 사이 ‘시차’는 크지 않았다. 가정폭력 처벌법과 방지법, 성매매 처벌법과 피해자보호법은 모두 같은 날 시행됐다. 성폭력 처벌법과 방지법 시행 사이에는 8개월 넘는 시차가 있었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은 처벌법 시행 뒤 9개월 동안 국회에 머문 채 제자리걸음이다. 지금 당장 법안 심사를 하더라도 시행까지는 수개월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입법 공백의 피해는 스토킹 피해자에게 돌아간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지원하기 위해 관련 시설을 설치·운영하고, 법률·주거·자립 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탓에 기존 성폭력·가정폭력 시설은 법률이 아닌 ‘지침’을 참고해 임의로 스토킹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의안정보시스템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기존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를 위주로 짜인 교육, 집단상담 프로그램이다 보니 스토킹 피해자에게 맞춤형 지원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가해자의 집요한 추적에 시달리는 스토킹 피해자는 이사비용 지원 같은 특화된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뤄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활동가 역시 스토킹 피해자 지원 경험이 많지 않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지원했다가 이후에 지원근거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서 (지원은) 방어적으로 하게 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가정폭력 시설에 입소하려면 통신(휴대전화) 등 여러가지를 제한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스토킹 피해자는 직장 생활을 유지하려는 분들이 많다. 이처럼 생활패턴 등이 가정폭력 피해자와는 다르다 보니 스토킹 피해자의 입소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라고 했다.

스토킹 관련 상담·신고가 급증하는 점도 맞춤형 지원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여성긴급전화 1366의 스토킹 상담 건수는 2710건으로, 전년(1294건)보다 두배 넘게 늘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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