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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김현숙 장관의 거짓말, 거짓말…“먼저 없애자고” “정정했다”

등록 2022-08-18 18:39수정 2022-08-19 23:45

김현숙 여가부 장관, 여가위 전체회의 출석
의원 질의에 수차례 사실과 다른 답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공동취재사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공동취재사진

여성가족부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의 일방적 중단에 비판이 거센 가운데, 김현숙 장관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관련 질의에 수차례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장관은 18일 국회 여가위 전체회의에서 남성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업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와 관련한 질의가 이어지자 ‘사업 중단 의사를 밝힌 주체’ 등에 대해 사실과 다른 답변을 내놓아 관련 단체가 반박했다.

버터나이프 크루는 청년이 직접 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여가부가 2019년 시작한 사업이다. 김 장관도 지난 6월30일 열린 버터나이프 크루 4기 출범식에 참석해 “청년들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주체로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4일 뒤인 7월4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이 사업이) 벌써 4기를 맞고 있는데 남녀갈등 개선에 무슨 효과가 있었느냐”며 “여가부 장관과 통화해 해당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 여가부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했다.

“그쪽이 중단하자고”… 빠띠 “여가부 중단 통보”

김 장관은 “이 사업은 폐지할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저희가 (빠띠와) 세 차례 이상 만나 사업 내용을 조금 더 다양한 분야로 해달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빠띠가 그건 어렵다며 처음에 그쪽(빠띠)이 사업 중단을 얘기했다”고 했다.

빠띠는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 중단 의사를 먼저 밝힌 적이 없다고 했다. 황현숙 빠띠 이사는 “이 사업의 변경, 중단 결정권은 여가부에 있으며, 빠띠는 이 사업 운영이 원안대로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여가부에) 전달했다”며 “지난달 28일 여가부로부터 사업 중단 통보를 받았다. 이후 이달 5일 여가부와 (4기) 크루(사업 참가자)가 만난 첫 간담회에서 여가부는 사업 중단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회의록을 보면, 여가부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빠띠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사업을 기획할 때 남성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해보자고 나름 노력을 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며 “내부 검토 결과 사업이 이 상태로는 가기 어렵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6월16일 국회 원내대표실을 예방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6월16일 국회 원내대표실을 예방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 장관은 또 “자신이 (버터나이프 크루) 출범식에 직접 참여해 축사한 사업을 엎은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느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질의에 “그 행사를 간 이유는 그날 2층에서 제가 주관하는 다른 행사가 있었다. 1층에서 (출범식을) 하고 있어서 잠깐 들러서 제가 축사를 하긴 했습니다만, 그 사업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답했다. 6월30일 2층에서 열린 행사는 장관이 젠더갈등에 대한 2030 청년의 생각을 듣는 ‘타운홀미팅’이었다. 김 장관의 답변은 타운홀미팅 가는 김에 버터나이프 크루 출범식에 잠깐 들렀다는 식으로 해석되지만, 사실은 다르다. 행사가 있기 일주일 전 언론에 배포된 장관 일정 자료에 이미 버터나이프 크루 출범식이 포함돼 있었고, 여가부는 출범식에 앞서 장관의 축사를 담은 보도자료도 전날인 29일 배포했다. 이날 김 장관은 출범식 참석으로 타운홀미팅에 20여분 지각하기도 했다.

이날 김 장관은 ‘공식 출범식까지 마친 사업이 갑작스레 중단된 사태를 빚은 데 대해 사업 참여자에게 장관이 사과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의원의 잇따른 질의에 “국민께 사과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버터나이프 크루에 남성 참여자가 적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업이라 사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을 뿐, 사과는 없었다.

“참여자에게 사과해야”… 장관 “국민께 사과할 문제”

김 장관은 또 “권성동 원내대표가 여가부에 대해 부당한 비판을 했을 때 왜 이를 반박하거나 보완하지 않았느냐”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권 원내대표가) 보조금 (받는 단체) 개수를 잘못 말해서 정정해 드렸습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당시 대화록을 보면 김 장관의 이러한 답변은 사실이 아니다. 지난 6월16일 권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장관을 만나 “여가부가 그동안 성과는 별로 없고 예산만 축내는 부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여가부가 680여개 여성단체에 보조금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게 공정하냐”고 비판했다. 이 말을 들은 김 장관은 “여가부 폐지에 공감한다. 권 원내대표의 말씀을 유념하겠다”고 답변했을 뿐, 그 자리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단체 수에 대해 반박하지 않았다. 여가부로부터 지원받는 여성단체는 680여개가 아니라 48개(2020년 기준)라는 점은 이후 <한겨레> 등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6월16일 김 장관과 권 원내대표의 접견 뒤 여가부가 권 원내대표 의원실에 알려 사실을 바로잡았다”고 했다. 당시 권 원내대표는 실무진이 실수를 해 ‘0’을 하나 더 붙여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최윤아 기자 ah@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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