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9일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설치된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업무 준비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여성가족부가 공공기관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발 방지 조처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변화를 이끌어야 할 공공기관장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한겨레>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서 확보한 여가부 자료를 보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 유관단체 등 공공부문 기관장 성희롱·성폭력 신고 전담창구가 문을 연 2020년 12월1일부터 지난 9월30일까지 모두 1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전담창구에 접수된 신고 건수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여가부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자, 기존에 운영 중이던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에 기관장 신고 전담창구를 개설했다. 가해자가 공공기관장일 때 피해자가 기관 내부 절차를 활용해 신고하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한 조처다. 여가부는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자에게 사건 처리와 보호 조처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고, 피해자를 지원(상담·법률·의료)한다. 경찰 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관련 사건을 통보하고, 해당 기관 현장 점검과 재발 방지책 제출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신고 전담창구에 접수된 사건을 가해자 유형별로 보면, 공직 유관단체(공기업·지방공사·공단 등) 기관장이 가해자인 사건이 10건이었고, 지방자치단체장이 가해자인 사건이 5건으로 뒤를 이었다.
피해 유형으로는 성희롱 사건이 15건으로 가장 많았다. 기관장이 2차 피해를 유발한 사건은 2건(부적절한 사건 처리, 보복·괴롭힘), 성폭력 사건과 기타(성희롱·성폭력 아님) 사건은 각각 1건이었다. 공공부문 신고센터가 기관장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포함해 2019년 1월1일~2022년 9월30일 접수한 전체 사건(448건)을 피해 유형별로 살폈을 때도 성희롱 사건이 51.1%(229건)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성폭력 사건은 34.8%(156건), 2차 피해 사건은 6.9%(31건)였다.
공공부문에서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직장 문화와도 관련 있어 보인다. 여가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21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3년간 직장에서 ‘남자는 가장이니까’ ‘여자는 애를 봐야 하니까’ 등과 같은 성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말을 직접 들었다는 응답자 비율은 공공기관 종사자(16.1%)가 민간기업 종사자(8.2%)의 약 두 배였다. 용혜인 의원은 “실효성 있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은 물론 공공기관장의 성희롱·성폭력 행위에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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