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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장애 엄마들 ‘기적같은 모성’

등록 2006-03-07 16:44수정 2006-03-08 14:23

여성장애인들의 임신·출산 체험수기집 나와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욕구는 장애여성도 비장애여성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장애여성의 임신·출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실제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지난 2002년 기혼여성장애인 497명을 대상으로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임신이 장애여성의 당연한 권리’라고 여기는 응답자는 전체의 59.6%에 머물렀다. 임신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육아부담(33%)을 꼽았다.

임신·출산 경험도 비장애여성과 사뭇 다르다. 위의 조사에서 장애여성 2명 가운데 1명(49.6%)이 유산 경험이 있을 정도로 유산율이 높지만 장애인의 출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도 부족하려니와 그 경험조차 제대로 공유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2005 여성장애인 임신·출산 체험수기집-마른 나무에 핀 꽃’을 펴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지난해 연말 공모전에 당선된 글을 모은 책이다. 장애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겪은 생생한 체험담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담아내 장애여성의 모성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해를 높이려 했다.

글은 솔직하고 담박하다. 아이를 가졌을 때 느낀 기쁨과 두려움, 또 어려움을 헤쳐가며 아이를 낳아 기른 이들의 체험담은 일면 담대해보이기까지 하다. 최우수상을 받은 이윤경씨는 42살의 나이에 11년 연하의 남편과 신혼의 단꿈같은 시간을 보낼 때 예기치 않게 아이를 가진 뒤 씩씩하게 아이를 낳았다. 글 속에서는 지체1급 중증장애인인 이씨가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장애로 인한 통증조차 고스란히 참아야 했던 시간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아이의 초유가 걱정이 돼 진통제를 맞지 않고 고통을 참아낸 그는 “누구에게도 자랑이 될 만한 큰일을 해낸 것”에 기뻐하지만 수유실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없어 아이를 안고 초유를 먹이지 못했던 아픔을 굳이 숨기진 않는다.

37살의 시각장애인인 현숙희씨는 5년 전 첫아이를 출산할 때 임신중독증 때문에 뇌경색으로 갑작스런 장애를 갖게 된 경우다. 결혼 8년만의 임신이었지만 딸을 낳고 갑자기 눈앞이 보이지 않는 증상이 생겨 아이 키우는 일이 하루아침에 ‘전쟁’이 돼버렸다고 고백한다. 남편의 귀가시간이 좀 늦어지자 아이와 산모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고, 당시 현씨는 “삶의 희망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출산에서 그는 건강한 아이를 낳은 뒤 컴퓨터와 요가를 배우며 새 삶을 살고 있다.

그밖에 장려상을 받은 임희정, 김정미씨, 가작을 받은 강옥화씨 등 여러 장애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의 어려움을 알고서도 아이를 낳은 뒤 “엄마의 아이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감사해, 사랑해!”를 외친다. 이들은 임신을 앞둔 후배 장애여성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싶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이 ‘기적같은 사랑’을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02-830-6780, 임재은 사회복지사)은 당분간 수기집을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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