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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어깃장 놓은 법무부·법원행정처

등록 2022-12-08 07:00수정 2022-12-08 11:13

업무 담당자 피해자 관점 예방교육 조항에
“처벌법과 중복” “재판 중립성 해친다” 주장
지난 9월18일 서울 중구 신당역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같은 달 14일 신당역에서 순찰 중이던 여성 역무원을 남성 직장 동료가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9월18일 서울 중구 신당역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같은 달 14일 신당역에서 순찰 중이던 여성 역무원을 남성 직장 동료가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지난달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안’을 의결했지만, 사실상 법무부의 반대로 국회 본회의 심의 전 단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월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으나, 이대로라면 오는 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달 24일 ‘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안)이 국회 여가위 의결을 거쳐 법사위로 넘어간 뒤, 이 법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법무부가 삭제를 요구한 조항은 수사기관이 사건 담당자 등 업무 관련자를 대상으로 스토킹 예방과 방지를 위해 필요한 교육을 하도록 의무화한 규정이다. 현행 스토킹 처벌법에도 스토킹 전담 검사와 경찰관에게 스토킹 범죄 수사에 필요한 지식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수사 절차 등을 교육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어, 중복된다는 취지다.

반면, 여성가족부 입장은 다르다. 여가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피해자 보호법안에 근거한 스토킹 예방교육은 수사 지식 및 절차와 관련한 직무교육이 아니라, 피해자 관점에서 스토킹을 바라보고 스토킹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인식 개선 교육”이라며 “(법무부와) 협의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22일과 23일 여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안을 심사할 때만 해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법무부가 뒤늦게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이 법안이 7일 법사위 전체회의 심의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한 빌미가 됐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조문이 정리될 필요가 있어서 소관 부처(여가부·법무부 등) 간 협의를 위해 (상정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행정처도 재판기관에 대한 스토킹 예방교육 실시 의무 규정을 들어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지난달 22일 여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재판기관에 대한 의무교육은 재판기관의 공정성, 중립성, 독립성 등에 대한 부분을 침해할 수 있어서 신중하게 검토했으면 좋겠다’는 법원행정처 의견을 저희가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의 이런 태도를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해 행위가 지속·반복되는 스토킹 범죄 특성과 이것이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것을 객관성·중립성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오히려 사법부와 검찰 등 수사기관은 교육을 적극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무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상임위원들이 법사위에) 상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주빈 오세진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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