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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우리나라 여성 38.6% ‘성폭력 경험’…디지털 성범죄 증가세 심각

등록 2022-12-29 18:37수정 2022-12-29 19:10

여가부, 여성폭력통계 발표
스토킹 살해사건이 벌어진 서울 신당역에서 지난 9월18일 오전 화장실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이 추모의 메시지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스토킹 살해사건이 벌어진 서울 신당역에서 지난 9월18일 오전 화장실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이 추모의 메시지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여성 10명 가운데 4명은 평생 한번 이상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전체 성폭력 범죄 가운데 20%대 비율을 유지했던 디지털 성폭력 범죄가 지난해 처음으로 30%대로 올라섰고,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붙잡힌 가해자도 전년보다 약 17% 늘어 최소 1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29일 발표한 ‘2022년 여성폭력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평생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 비율은 38.6%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경찰에 신고, 고소 등을 통해 보고되거나 경찰이 직접 인지하여 형사입건된 성폭력 범죄 사건은 총 3만9509건으로, 전년(3만8629건) 대비 2.3% 증가했다. 2014년부터 성폭력 범죄 중 해마다 가장 높은 비율(지난해 51.3%)을 차지하는 범죄는 강간·강제추행이다.

여가부가 2019년 12월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근거해 여성폭력통계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가부는 이 법에 따라 3년마다 여성폭력통계를 여가부 누리집에 공개해야 한다. 앞서 여가부는 성희롱, 성매매, 성폭력 실태조사 등을 공개해왔다. 검찰과 경찰 등에서도 관련 범죄 통계를 산발적으로 내오면서 여성폭력 피해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 관련 법에 근거 조항이 마련됐고, 여가부는 3년마다 실시하는 성폭력, 가정폭력, 성희롱, 성매매,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비롯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기관이 생산하는 각종 통계 152종을 종합해 이번 여성폭력통계를 발표한 것이다. 이 통계에는 여성폭력 발생 및 피해 현황, 피해자 지원 및 범죄자 처분 현황 등이 담겼다.

이번 통계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체 성폭력 범죄 가운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배포, 불법촬영(카메라 등 이용 촬영·배포)과 같은 디지털 성폭력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이 비율은 2017년 20.2%, 2018년 20.4%, 2019년 20.2%, 2020년 25.1%를 보이다가 지난해 33.0%로 크게 뛰었다.

과거 또는 현재의 배우자,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폭력 범죄도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범죄로 경찰에 붙잡힌 가해자 수는 지난해 1만554명으로 전년(8982명)보다 17.5% 늘었다. 이 범죄 유형 가운데 70% 이상이 폭행·상해였다. 교제폭력 심각성은 앞선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여가부가 지난해 9~10월 전국 19살 이상 여성 7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8월 공개한 ‘2021 여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여성폭력 피해를 평생에 한번이라도 경험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4.9%(2446명)였다. 여기에서 가해자가 과거 또는 현재의 배우자, 연인인 경우(1124명)를 따로 가려내면, 여성폭력을 경험한 피해자의 46.0%는 친밀한 관계에 있는 가해자로부터 폭력 피해를 보았다.

반면, 성폭력 범죄자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이는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성폭력 범죄자 기소율은 전년(44.5%) 대비 4.7% 포인트 늘었지만 49.2%에 머물렀다.

여성폭력 피해를 둘러싼 통계는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피해자가 직접 나서서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드러나기 어렵고, 가해자 및 주변 사람들에 의한 2차 피해 발생을 우려해 범죄 신고율이 낮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기관별로 관리한 통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여성폭력 발생 규모와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데에 여성폭력통계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통계를 수집했다고 기존 통계들이 가진 한계점이 보완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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