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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차별금지법 막아서면서 인권 조례까지 손대려는 혐오세력

등록 2023-02-05 18:00수정 2023-02-05 18:21

지난 2021년 11월 1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대선 후보들의 성평등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2021년 11월 1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대선 후보들의 성평등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 개신교 보수단체가 성관계는 혼인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조례안을 제정해달라고 서울시의회에 건의해 논란이 된 가운데,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성소수자 차별을 담은 조례 제정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학생인권조례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삭제한 대체 조례안(학교 구성원 인권증진 조례안)을 만들어 최근 서울시교육청에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인권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며 수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 조례안에는 기존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명시된 ‘성소수자 차별 금지’ 내용을 삭제했다. 현행 서울학생인권조례 제5조는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부분을 삭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31일, 서울시의회 쪽에 학생 인권이 후퇴할 우려가 있다는 검토 의견을 보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3일 <한겨레>에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임신 및 출산 등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과 ‘국가인권위법’을 근거로 한 차별의 사유가 삭제돼, 학생 인권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봤다”며 “조례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서울시의회 쪽에 전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관계자는 해당 조례안에 대해 “당론과도 관계없고, 교육위 안에서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의원 한 명이 준비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조례에서 성소수자가 배제될 우려는 그대로 남아있다. 현재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서울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달라는 주민조례청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가 가결하면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폐지 수순을 밟는다.

경기도에서는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바꾸자는 조례안이 입법예고됐다. 지난달 27일 경기도의회에서는 서성란 국민의힘 의원이 용어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바꾸는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서 의원은 “현행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는 ‘양성평등기본법’의 양성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제정되었음에도, 상위법의 범위를 벗어나 동성애, 트랜스젠더, 제3의 성 등의 젠더를 의미하는 ‘성평등’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성평등민주주의실현을 바라는 경기도내 단체들’(경기광주여성회·고양여성민우회·경기진보연대·민주노총경기지역본부 등 71개 시민사회단체)은 1일 성명을 내 “성평등 정책’ 용어 도입은 성별화된 정치·경제·사회적 구조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으로 방향을 진전시킨 것”이라며 기존 단어(성평등) 유지를 요구했다. 이어 “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성평등’을 차별과 배제와 혐오의 정치적 용어로 등치 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지방의회에서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차별금지법 등에 대한 당 입장이 조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사회단체가 어렵게 쌓아온 인권에 대한 담론과 제도들이 후퇴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인권 영역에서는) 의회 구성에 따라 바뀌는 조례가 아니라 강력한 상위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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