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서울의 한 대학 도서관 앞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차 가해’라는 비판에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직원 성추행을 부정하는 다큐멘터리 ‘첫변론’의 제작발표회가 16일 열린다. 여성가족부는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원순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인 ‘박원순을믿는사람들’은 오는 16일 다큐멘터리 영화 ‘첫변론’의 제작발표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제작위는 “제작 의도와 진행 상황 등에 대한 연출자, 원작자 등의 발표가 준비돼 있다”고 했다. 영화 ‘첫 변론’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가 박 전 시장의 측근들을 인터뷰한 책 〈비극의 탄생〉(2021)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해당 책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여가부는 15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영화 ‘첫 변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피해자를 비난‧위축시키거나 (성폭력) 행위자를 옹호‧두둔하는 행위는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며 “사회 구성원 모두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국가는 여성폭력의 2차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는 이날 성명을 내어 ‘첫 변론’ 상영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여협은 이날 성명을 내어 “박원순 사건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에 의해서 확인된 성추행 사건”이라며 “피해 여성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박원순 미화 다큐 제작 소식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회를 향해 한목소리로 규탄해 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법원과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1년 1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를 결정했다.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인권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1월 법원은 인권위의 결정이 적절한 조처였다고 판결했다. 강씨는 항소했고 지난달 20일 첫 재판이 열렸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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