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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동성애 축복 목사 출교, 항소 땐 3500만원 내라는 감리회

등록 2023-12-18 16:53수정 2023-12-19 10:11

1심 비용 2864만원+항소 기탁금 700만원 청구
“위원회 탓 재판 길어졌는데 왜 이 목사가 부담하나”
이 목사, 상소장·재판비용 이의신청서 제출
기독교대한감리회 이동환 목사가 지난 8일 경기 안양시 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사무실에서 열린 종교재판 선고에서 출교 징계를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준희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 이동환 목사가 지난 8일 경기 안양시 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사무실에서 열린 종교재판 선고에서 출교 징계를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준희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출교를 선고한 이동환 목사에게 재판비용 2860만원도 청구했다. 이 목사가 항소하려면 기탁금 700만원을 포함해 총 35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 목사는 “사실상 항소하지 말고 (교단에서) 나가라는 뜻”이라고 반발했다.

18일 이 목사는 감리회 경기연회로부터 1심 재판 패소에 대한 재판비용 청구서를 받았다. 해당 청구서에는 올해 2월 15일부터 12월 13일까지 18차례 사용된 재판비용 2864만2532원을 청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목사는 이런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리며 “손이 떨린다. 무슨 3000만원 가까운 돈을 내라니 항소 말고 나가란 이야기 아닌가”라고 썼다.

이 목사가 항소(감리회 법상 ‘상소’)하기 위해서는 상소장 제출 기한인 22일까지 재판비용과 기탁금을 포함한 3500만원을 내야 한다. 감리회 법 제56조에 따라 상소 시 상소인은 1심 재판비용과 상소심 재판비용(기탁금)을 사전에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는 이동환 목사. 채윤태 기자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는 이동환 목사. 채윤태 기자

이 목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상소장 제출 마감 나흘 전인 오늘 아침에야 재판 비용 청구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감리회 경기연회는 지난 8일 이 목사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교리와 장정’(감리회 법) 3조8항을 위반했다며 출교를 선고했다. 이 목사는 2019년 제2회 인천 퀴어퍼레이드에서 축복식을 집례해 정직 2년 징계를 받은 뒤에도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혐의로 지난 6월 감리회 재판에 넘겨졌다.

이 목사에게 청구된 재판 비용 2864만원은 교단의 통상적인 재판 비용보다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재판 비용은 700만원 안팎으로, 감리회가 기탁금으로 700만원을 책정한 것도 평균적인 재판 비용을 고려한 까닭이다. 이 목사는 “지난 재판에서도 재판 비용으로 700만원가량 나와서 이번에도 그 정도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가 18일 감리회 경기연회로부터 받은 재판비용 청구 공문. 이 목사 페이스북
이동환 목사가 18일 감리회 경기연회로부터 받은 재판비용 청구 공문. 이 목사 페이스북

이번 재판 비용에는 재판위원회의 착오로 재판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긴 비용까지 청구됐다. ‘검찰’ 역할을 하는 감리회 경기연회 심사위원과 이 목사를 고발한 고발인이 같은 지방회 소속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공소가 취하되는 등 재판이 지연됐는데, 이 과정에서 지출된 비용까지 청구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식 재판이 열리기 전 이뤄진 화해조정 절차(고발인과 피고발인이 협의하는 절차)와 심사위원회 절차(재판 전 피고발인에 대해 검사 역할을 하는 심사위원이 조사하는 절차)에서 사용된 비용도 ‘재판 비용’이라는 이름으로 이 목사에게 청구됐다. 재판 외 절차 비용은 약 1022만원에 달한다.

이 목사를 법률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심사위원회 절차는 당연히 경기연회가 해야 하는 역할인데 어떻게 재판 비용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재판위원회가 2∼3차례 기일을 잘못 통지하거나 증인 신분 사항을 제대로 송달하지 않아 기일이 공전하기도 했다. 이 목사 때문에 재판이 지연된 게 아닌데도 청구했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현재 재판 비용을 마련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이날 감리회에 상소장과 재판비용에 대한 이의 신청서도 함께 제출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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