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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한국은 모성의 아노미 상태”

등록 2006-04-11 17:16수정 2006-04-12 16:01

서울 여성영화제 주최 국제포럼
‘여성 몸’ 둘러싼 다양한 논의

성매매 방지법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치열하던 지난해, 여성계에선 드물게 성매매 여성을 ‘성노동자’로 규정해 또 다른 논쟁거리를 던졌던 서울여성영화제가 올해도 여성의 ‘몸’을 화두로 들었다.

10일 오후 1시 이화여대 엘지컨벤션홀에서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와 한국여성학회가 연 국제포럼 ‘여성의 생식력을 둘러싼 국가와 문화권력:가족계획에서 저출산까지’에서는 각국의 여성학자, 영화인들이 참석해 여성의 몸을 둘러싼 국가의 개입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을 쏟아냈다. 참석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불고 있는 출산 장려운동부터 난자 공여 담론, 일본 왕태자비의 출산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여성천황제 논란까지 여성의 몸을 둘러싼 이데올로기적 강압과 국가 권력의 문제를 지적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62년 시작해 96년에 막을 내린 가족계획사업 당시 한국 정부는 여성의 재생산에 강력한 국가 권력을 개입시켰고, 이런 움직임은 물적·이데올로기적 차원에서 동시에 진행됐다”고 말했다. 국가는 경제발전논리를 내세워 시시때때로 출산을 억제 또는 장려하면서 재생산을 통제하고, 여성의 모성적 역할을 강조해 성별분업 체계의 기초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 과정에서 “여성은 국가로부터 피임 기구나 다양한 출산 지원 등 물적 도움을 받고, 재생산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요구를 내면화하게 됐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국가가 도입한 발전주의 모델이 모성을 절대적 가치가 아닌 도구로 전락시켜 한국 사회 전체가 ‘모성의 아노미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정미 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성과가 입증되지도 않은 줄기세포 연구에 난자를 자발적으로 기증하려고 하는 여성들은 모성의 아노미를 드러내는 사례”라며 “몸의 손상과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국가발전에 기여하려는 태도에서 ‘피임으로 애국하는 모성’이 재현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이토 아야코 일본 메이지가쿠인대 교수는 전직 외교관 출신으로 활발한 외교활동을 하다가 왕자 생산 요구를 받으면서 건강의 이상을 호소하고 있는 마사코 왕세자비의 사례를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 이데올로기 개입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아야코 교수는 “일본 보수 정치인과 학자들은 ‘남자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숭고한 피’ 운운하며 여성천황제도입에 반대하고 왕자를 생산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왕세자비는 히스테리컬한 ‘몸의 저항’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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