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성의 전화’ 경찰 수사 문제점 제기
대구에 사는 20대 여성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8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자 친구한테 성폭력을 당했다. 그는 경찰에 고소를 했지만 조사과정에서 경찰관들이 “채팅을 왜 하느냐. 채팅하면 이렇게 될 줄 몰랐느냐”며 오히려 피해자를 다그쳤다고 하소연했다. 여중생 딸이 성폭력을 당해 조사를 받았다는 30대 여성 김아무개씨도 “경찰이 수사와 아무런 관련없는 질문까지 일일이 답변을 하도록 강요했다”며 “묵비권이 보장되는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오히려 더 못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대구 여성의 전화>는 2006년 한해동안 이씨와 김씨같은 성폭력 피해자 33명이 경찰조사 과정에서 또 한번 피해를 입었다는 상담을 해왔다고 13일 밝혔다.
상담결과를 보면, 성폭력 초동수사는 여성경찰이 맡고 있지만 사건 수사나 대질신문 등은 여전히 남성 경찰관이 담당하는 경우가 잦다. 또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란히 앉혀 놓고 조사를 하는 바람에 성폭력 여성들이 수치심을 느끼거나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았다.
법원 재판때도 가해자가 형기를 얼마나 선고받았는지, 집행유예를 받았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갑자기 찾아와서 앙갚음을 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고 있는 여성들도 많았다.
이 밖에도 길고 긴 재판과정에서 직장을 그만둔 여성, 수사지연이나 재판 지연 등으로 피해자 가족들이 찾아와 윽박지르는 바람에 자포자기 상태에서 합의를 해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여성의 전화> 허복옥 인권부장은 “친고제 폐지 등 성범죄 관련 법개정이 시급하고 조사과정에 참여하는 검찰과 경찰수사관들에 대한 꾸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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