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는 남편과 아내가 거의 동등하게 집안일을 하는데, 한국에서는 내가 모든 집안일을 하고 있어요.”(필리핀 여성, 38살)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여성 결혼이민자 10명 가운데 4명은 출신국보다 한국의 여성 지위가 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21일 여성가족부의 ‘결혼이민자가족 실태조사’(한국사회학회 주관)에서 밝혀졌다. 한국사회학회에 맡겨 지난해 10월 전국 1177 가족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민자의 43.8%, 남성이민자의 41%가 한국 여성의 지위가 출신국보다 낮다고 답했다.
나이별로는 국제결혼한 한국인 남성이 평균 42살로 여성이민자 평균 33살보다 9살 많았다. 특히 베트남 여성-한국인 남성 부부의 연령 차가 평균 16살로 가장 컸다. 학력별로는 남편보다 학력이 높은 외국인 아내들이 24.4%여서 같은 경우의 한국인 부부(2%)에 견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아내의 학력이 가장 낮은 나라는 베트남(중졸 이하 65%), 가장 높은 나라는 필리핀(전문대졸 이상 55%)이었다.
결혼 동기 조사에서 일본 여성(87%)과 필리핀 여성(45.3%)은 통일교 등 종교단체에서 소개받아 결혼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베트남 여성은 대부분이 결혼중개업체(69.2%)의 소개로 배우자를 만났다고 답했다. 한국인 남성에게 국제결혼한 이유를 묻자 ‘외모 차이가 없어서’(36.8%) ‘순종적이고 내 부모에게 잘 할 것 같아서’(36.2%)라는 답이 많아 가부장적인 아내상을 외국인 아내에게서 찾으려고 하거나 2세가 한국인과 유사하게 보여야 한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여성 결혼이민자들이 가장 힘든 가족관계는 ‘배우자의 어머니’(8.2%)가 가장 높았는데, 고부갈등은 필리핀 여성(21%)들이 제일 컸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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