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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죽음도 ‘여성해방’ 외침 막지 못해

등록 2007-04-08 18:49수정 2007-04-08 22:16

아프가니스탄의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 말랄라이 조야, 사진 서울여성영화제 제공
아프가니스탄의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 말랄라이 조야, 사진 서울여성영화제 제공
아프간 최연소 여성의원 말랄라이 조야 방한
서울여성영화제 ‘출마~당선’ 기록한 다큐 상영
“부르카(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려오는 몸가리개)를 벗자고 했던 내가 다시 부르카를 써야 하다니 ….”

아프가니스탄의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 말랄라이 조야(28)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광주인권상을 받은 뒤 두번째다. 그는 탈레반 정권 아래서 여성 해방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오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처음 투표권을 얻은 2005년 최연소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이라고 일컬은 바 있는 그는 ‘군벌에 맞서 싸우는 용감하고 젊은 여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8일 오후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한 다큐멘터리 <행복의 적들>(감독 에바 물바드, 2006)은 그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기까지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전쟁 뒤 친미 군벌에 저항해온 조야 의원은 끊임없는 테러의 위협 때문에 부르카를 쓴 채 목숨 건 피신을 거듭해왔다. 같은날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무대에 오른 그는 한국인들의 지지를 당부했다.

“내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은 민중의 보호 덕분입니다. 암살단이 도착하기 전에 먼저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이 나에게 달려옵니다. 나도 인간이니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지만 내 죽음으로 진실을 가릴 수는 없을 겁니다. 제 목소리는 민중의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2003년 24살 나이로 제헌의회에서 단 3분간의 발언권을 얻어 “나라를 망치고 여성들을 억압하는 군벌은 국제 심판에 회부돼야 한다”고 주장해 동료 의원들한테서는 비난을, 민중들한테서는 큰 지지를 받았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여성 해방을 전쟁의 목적으로 내걸며 친미 정권을 세웠지만, 그곳 여성의 삶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조야 의원은 “최근에도 4살짜리 여자아이가 치안 경찰이 보고 있는 가운데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11살 여자 아이가 성폭행을 당한 뒤 만신창이가 돼서 개와 맞바꿔졌다”며 “우리나라 여성 현실을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또 “카르자이 정권은 어린이와 여성을 위해 써야 할 국제 원조를 착복해 언론을 장악하는 등 정권을 유지하는 데만 급급하다”고 덧붙였다.

조야 의원의 연설은 거의 ‘절규’에 가깝다. 에둘러 말하는 법 없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여성 억압과 민중의 고통을 대변한다. 그는 “국회 안에서조차 내가 마이크를 잡으면 의원들은 물병을 던지고,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창녀’라고 비난한다”고 덧붙였다. 주위에선 직설화법을 쓰지 말고 외교적으로 발언하라고 충고하지만 그는 발언의 수위를 낮출 생각이 전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외세가 한 나라의 민중 해방을 가져다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받지 못한 민중들은 ‘행복의 적들’이 누군지 알고 있고, 민중이 원하는 민주주의가 찾아와야만 진정한 여성해방이 가능할 것입니다.” (malalaijoya.com)

이유진 기자, 사진 서울여성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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