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문제 발생시 여성들도 ‘동굴’ 찾아…‘온라인 소통’ 활발
부부·고부·상사관계 등 ‘공사를 넘나들며’ 서로에게 도움
부부·고부·상사관계 등 ‘공사를 넘나들며’ 서로에게 도움
- 화가 치밀어 오르면 잠시 멈추어 생각할 것.
- 싸울 때나 헤어질 때,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킬 것.
- 시종일관 착한 척하지 말 것. 결정적인 순간에 무시당하는 수가 있음.
- 뒷 담화에 동조해 무리짓기에 휩쓸리지 말고, 중심을 잃지 말 것.
- “저는 잘 모르지만…”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하지 말 것.
- 잘 난 척이 아닌, 정말 자신이 잘 하는 것을 드러낼 것.
- 성적 모욕을 당했을 때 절대 입 다물지 말 것. 여자 동료를 기억할 것.
- 마음의 샌드백을 든든하게 키울 것.
- 끝까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을 지킬 것.
<언니네방2> 중에서 발췌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지은이 존 그레이는 ‘관계’에 대한 유명한 말을 한 바 있다. “문제가 생기면 남자는 동굴로 들어가고, 여자는 대화로 풀기를 원한다”. 하지만 여자도 자주 동굴을 찾는다. 다만 그 동굴 안에 수많은 여자들이 오글오글 모여있다는 게 다를 뿐이다. ?: “남편이 저를 너무 무시해서 이혼까지 고려중이에요.” !: “힘드시겠어요. 지난 생각에 얽매이기보다 미래지향적으로 대비하세요.” ?: “진보적인 남자 친구 때문에 가끔 당황이 되어요.” !: “겉으로 페미니스트인 척하지만 은연중에 더 무시하는 남자들도 있어요.” 회사원 김미은(34)씨는 평소 ‘멘토’인 회사 선배에게 관계 맺기에 대한 도움을 곧잘 구한다. 김씨는 “문제의 대부분은 사람 관계에서 오는데, 공·사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하게 도움을 받아 도움이 크다”고 말했다. 타인의 경험담은 정답이 아닐지라도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은 참고 사항이 되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에 댓글을 잘 달지 않는 여성들도 여성 전용 사이트에서만은 남에게 묻고 답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 부부 관계, 고부 갈등에 대한 하소연이 올라오면 여자만의 ‘뒷담화’가 줄줄이 달린다. 사회 생활부터 성적 관계의 문제까지 마치 동지, 선후배가 된 양 동질감을 느끼는 여성 공동체가 형성된다. 온라인에서 이들 ‘관계의 선수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은 여성 전용 사이트다. <마이클럽>(miclub.com)은 20~30대 초반의 여성들이, <줌마네>(zoomanet.co.kr)는 30~40대 여성들이 주로 관계 맺기의 기초부터 완결편까지를 주고받는다. <언니네>(unninet.net) <온라인이프>(iftopia.com)처럼 페미니즘에 호의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자기만의 방’도 따로 있다. ‘관계의 재구성’이 출판가에서도 인기다. 말랑말랑한 수다부터 전문가급 풀이법까지 인간 관계의 기술을 다룬 책들이 종수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줌마네> 회원들은 부부, 부모자식, 형제, 시댁관계 등을 담은 책 <우리 집 웬수들>(랜덤하우스중앙)을 펴냈다. 소설가 김형경씨가 쓴 인간관계와 심리 이야기 <천개의 공감>(한겨레출판)은 출간 초부터 지금까지 넉달 동안 전국 주요서점 베스트셀러 종합 상위권에 올라있다. 최근 발간한 <언니네방2>(갤리온)은 20~30대초반의 여성들이 가족, 남자, 친구, 직장 등에 대한 적나라하고 솔직한 관계 맺기 고백담을 모았다. 이달 말 출간하는 <두번째 스무살>(이프)은 연령대가 조금 올라가 마흔에 이르러 자신을 되돌아보는 8명 여자들의 이야기다. 권혁란 편집부장은 “잘 나가는 남편과 헤어진 뒤 다시 서기를 시도하는 여자의 이야기로 충격을 던져준 유디트 얀베르크의 <나는 나>(Ich bin Ich)를 한국판으로 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줌마네> 로리주희 부대표는 “2000년 이후 인터넷 여성사이트들의 급성장과 한국 사회의 ‘아줌마’에 대한 재해석이 등장하면서 일반 여성들이 열린 공간에서 개인적 관계의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예전엔 성공을 하려고 ‘처세’를 했다면 이제는 각자 구체적인 삶의 고통에서 빠져나오는 해답을 찾으려고 절박하게 ‘관계’를 고민한다는 풀이다. <언니네방2>를 기획한 갤리온 김수진 대리는 “일상적이고 사적인 관계가 변화하면 자신의 삶이 변화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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