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들은 의복에 민감한 편이다. 대체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남이 나의 옷차림을 어떻게 생각할까에 민감한 편이고 남의 옷차림을 두고도 입방아 ㅤㅉㅣㅅ기를 즐긴다. 노출패션은 물론이요 밖으로 삐져나온 속옷, 뚱뚱한 다리에 미니스커트, 똥배에 쫄티, 짧은 다리에 골반바지, 굵은 팔뚝에 나시는 가차없이 사람들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한다.
허나 사람도 사람나름. 이런 남의 입방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여자들의 부류가 세상에 존재하니 그들을 아래의 세 부류로 나눌 수 있겠다.
첫째, ‘취학전의 여아’. 사람들은 취학전 여아가 뭘 입어도 귀엽게 봐주는 경향이 있다. 무싯날 한복을 입어도, 순대집에서 분홍색 드레스를 입어도, 심지어 어린이용 웨딩드레스를 입고 길거리를 활보해도 귀엽다고만 한다.
둘째, ‘호호할머니’. 80먹은 노인네가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빨간 구두를 신고 리본달린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외출한다고 하자. 어느 누구가 말릴 것인가. 길가다 마주친 동네 사람들은 한결같이 ‘할머니 점점 젊어지시네요!’ 하고 찬양할 것이다.
셋째, ‘임산부’ 되겠다. 요새도 그런 임부복을 입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임부복 코너에 가보면 그야말로 유치찬란하기 그지없는 임부복들이 진열대에 진열되어 있었다. 주머니와 치맛단, 소매에 레이스가 경쟁하듯 달린 것, 가슴팍에 테디베어가 그려진 것, 아이옷처럼 뜬금없이 커다란 주머니와 큰 단추가 달린 것 등... 여자들은 임신전엔 그런 옷에는 눈길도 안주다가 임산부가 되면 그런 임부복을 걸치고 다닌다.
어쨌든 이 세부류의 여자들이 아무리 과감하거나 유치한 옷을 입고 다녀도 아무런 저지를 받지 않는 즉슨, 이들은 여자로서 열외에 서 있는 여자들이기 때문이다. 다른 여자들의 입장에선 이들이 자신의 남자를 가로챌 위험이 없는, 즉 경쟁가치가 없는 부류이므로 관대하고, 남자들의 입장에선 이들이 성적매력이 없는 여자부류이므로 관심이 없다.
나는 이중에서 세 번째 ‘임산부’부류에 속한다. 세상사람의 눈에서 자유로워진지 5개월되었다. 그렇다 보니 예전엔 임산부가 지나가도 별 관심없었는데 요즘은 그들에게 은근한 동료의식을 느끼고 임산부의 패션과 개월 수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게다가 이것도 경력이라고 나보다 배부른 임산부에겐 경의를, 나보다 덜부른 임산부에겐 가소로운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고.
한 달 전엔가 날씨가 완연한 여름날씨라 산책삼아 엘베강가에 갔었는데 거기서 과감한 임산부 패션을 연출한 한 만삭의 여인을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여름날씨라지만 아직 봄이요 강가라 바람도 불어 심하게 노출한 여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터라 이 임산부의 노출패션이 유독 눈에 띄었다. 거의 부라자에 가까운 배꼽티에 짧은 반바지를 입어 툭 불거져 나온 남산만한 배가 더 커보였다. 그녀는 임신선까지 뚜렷하게 보이는 큰 배를 디밀고 뒤뚱거리며 강가를 걷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그 모습이 전혀 밉게보이지 않았다.
‘저것이야 말로 완벽한 S라인이다!’ 사실 'S라인‘이라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는 몸매좋다는 여성들은 모조리 짝퉁 S라인이다. 구지 알파벳으로 비유하자면 ’H라인‘(양 팔을 올리고 있다는 가정하에) 되겠다. 아시아 여인네의 몸매 자체가 S라인을 연출하기 쉽지 않은 몸매인데다 그렇게 비쩍 마른 몸매로는 더구나 S라인을 연출할 수 없다. 임산부라면 모를까. 임산부의 몸매를 자세히 살펴보면 말 그대로 완벽한 S라인이다. 얼마나 경의로운 아름다움인가. 그걸 보고 나도 좀 과감해질 필요성을 깨달았다. 사실 4개월째만 해도 똥배로 착각될 수 있는 어정쩡한 배사이즈 때문에 옷입기가 거북했는데 5개월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배가 나오기 시작하자 차라리 옷입기가 한결 편해졌다. 여름이렷다. 이제 나도 엘베강가의 여인처럼 S라인의 진수를 보여줄 때가 된 것이다. 허나… 독일의 옷이란 것이 심심하기 그지없어 임부복 코너에 가보면 살 게 없다. 차라리 우리나라 임부복처럼 유치찬란하기만 해도 입어주겠는데 이건 죄다 허리에 고무밴드 들어간 츄리닝 패션이다. 몇 번이나 임부복을 사려고 매장엘 갔다가 그냥 나온 나는 벼룩시장에서 임자를 만났다. 거기가 옷들의 요지경 세상이었던 것이다. 벼룩시장에서 나는 임산부가 입어도 될만한 검정 잔줄무늬 원피스 하나를 샀다. 일반인이 입어도 딱 붙어서 똥배있는 사람은 입을 엄두가 안나는 스판덱스 원피스. 치마가 죽죽 늘어나긴 하지만 어깨에서 다리까지 너무 딱 붙어서 걷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그것을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다 걷기 편하도록 무릎까지 단을 잘라 기웠다. 배가 조금 더 부르길 기다렸다가 날씨좋은 날 그걸 입고 나의 S라인을 만방에 보여주리라. 나야 성격이 이래서 이런 옷을 입고 다닌다 치지만 옆에서 함께 다니는 사람이 민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방만구씨에게 내 패션에 대해 물어보았다. “내가 이러구 다니면 좀 쪽팔리겠지?” “뭐 어때. 임산부인데. 편할대로 입고 다녀.” 우히히히. 내 생각이 적중했다. 세상에 임산부가 소화하지 못할 옷은 없다. 일단 몸에 들어가기만 하면 아무리 과감한 옷이라도 다 입어낸다. 당신이 임산부라면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평소에 나온 똥배 때문에 배를 드러내지 못했다면 기회는 이때다. 맘껏 쫄티를 입고 다녀도 좋다. 이 패션이 영원히 유효한 것도 아니고 딱 10개월인데 그동안 맘껏 과감해지라. 여자는 어차피 임산부가 되면 몸매의 평준화가 이루어지니.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것이야 말로 완벽한 S라인이다!’ 사실 'S라인‘이라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는 몸매좋다는 여성들은 모조리 짝퉁 S라인이다. 구지 알파벳으로 비유하자면 ’H라인‘(양 팔을 올리고 있다는 가정하에) 되겠다. 아시아 여인네의 몸매 자체가 S라인을 연출하기 쉽지 않은 몸매인데다 그렇게 비쩍 마른 몸매로는 더구나 S라인을 연출할 수 없다. 임산부라면 모를까. 임산부의 몸매를 자세히 살펴보면 말 그대로 완벽한 S라인이다. 얼마나 경의로운 아름다움인가. 그걸 보고 나도 좀 과감해질 필요성을 깨달았다. 사실 4개월째만 해도 똥배로 착각될 수 있는 어정쩡한 배사이즈 때문에 옷입기가 거북했는데 5개월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배가 나오기 시작하자 차라리 옷입기가 한결 편해졌다. 여름이렷다. 이제 나도 엘베강가의 여인처럼 S라인의 진수를 보여줄 때가 된 것이다. 허나… 독일의 옷이란 것이 심심하기 그지없어 임부복 코너에 가보면 살 게 없다. 차라리 우리나라 임부복처럼 유치찬란하기만 해도 입어주겠는데 이건 죄다 허리에 고무밴드 들어간 츄리닝 패션이다. 몇 번이나 임부복을 사려고 매장엘 갔다가 그냥 나온 나는 벼룩시장에서 임자를 만났다. 거기가 옷들의 요지경 세상이었던 것이다. 벼룩시장에서 나는 임산부가 입어도 될만한 검정 잔줄무늬 원피스 하나를 샀다. 일반인이 입어도 딱 붙어서 똥배있는 사람은 입을 엄두가 안나는 스판덱스 원피스. 치마가 죽죽 늘어나긴 하지만 어깨에서 다리까지 너무 딱 붙어서 걷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그것을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다 걷기 편하도록 무릎까지 단을 잘라 기웠다. 배가 조금 더 부르길 기다렸다가 날씨좋은 날 그걸 입고 나의 S라인을 만방에 보여주리라. 나야 성격이 이래서 이런 옷을 입고 다닌다 치지만 옆에서 함께 다니는 사람이 민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방만구씨에게 내 패션에 대해 물어보았다. “내가 이러구 다니면 좀 쪽팔리겠지?” “뭐 어때. 임산부인데. 편할대로 입고 다녀.” 우히히히. 내 생각이 적중했다. 세상에 임산부가 소화하지 못할 옷은 없다. 일단 몸에 들어가기만 하면 아무리 과감한 옷이라도 다 입어낸다. 당신이 임산부라면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평소에 나온 똥배 때문에 배를 드러내지 못했다면 기회는 이때다. 맘껏 쫄티를 입고 다녀도 좋다. 이 패션이 영원히 유효한 것도 아니고 딱 10개월인데 그동안 맘껏 과감해지라. 여자는 어차피 임산부가 되면 몸매의 평준화가 이루어지니.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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