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왜 매일 싸울까
주도권 다툼하다 마음에 상처
감정 존중하는 대화법 익혀야
“비난·비교·비아냥 피하라”
감정 존중하는 대화법 익혀야
“비난·비교·비아냥 피하라”
결혼 1년차인 ㅂ(28)씨는 남편과 너무 자주 싸워 고민이다. 사소한 문제에서 비롯된 말싸움이 감정싸움으로 번져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기까지 한다. 처음에는 결혼 초에 흔한 ‘기잡기’ 싸움으로 여겼지만, 이런 일이 계속되자 부부 대화 상담을 받을까 고민 중이다.
ㅂ씨처럼, 부부 사이의 소통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가 지난 5월 미혼 남녀 5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니, 남녀 모두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로 ‘배우자와 조화롭게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남 58.4%, 여 61.0%)을 1위로 꼽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결혼한 지 4년 안에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들이 26.5%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부 사이의 소통 문제를 다룬 책들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월만 해도 <결혼수업>, <부부를 위한 사랑의 기술>,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등 세 권이 잇달아 출간됐다. 남편 또는 아내와 갈등을 줄이고 좀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올바른 대화법’이 그 열쇠라고 말한다.
박노해부부클리닉의 박노해씨는 “결혼한 지 2~3년 가량 된 부부들이 상담자의 40%를 차지한다”며 “대부분 부부간의 성향 차이로 인해 갈등이 심해진 경우”라고 말했다. 박씨는 “신혼 초에 흔히 벌어지는 주도권 싸움에서는 정작 ‘왜 싸웠는지’보다는 대화 과정에서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고, 서운한 마음이 쌓여 서로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며 “각자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자신들의 내면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로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앞서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 게임’에서 ‘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박씨는 “흔히 상대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부부관계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 여기지만, 조사 결과 아내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남편들은 그렇지 않은 남편들보다 부부관계에서 실제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이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여기는 아내가 남편의 제안을 더 잘 따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권력 게임’에서 어느 한 쪽만 이길 경우가 문제다. 진 쪽에서 억압받고 멸시당하는 느낌 때문에 태만 등의 방법으로 입지를 넓히고자 하기 때문이다. 권위적인 남편에게 순종해왔던 아내가 갑자기 아프다고 드러눕는다든지, 아이와 연대해서 남편을 고립시키는 것이 그 예다. 흔히 남성들이 그렇듯 한 쪽에서 갈등을 회피하는 경우도, 참는 것은 ‘감정시한폭탄’의 제조과정일 뿐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는 불평등한 권력 관계의 반영이지만, 동시에 관계 개선의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다. 부부 간의 권력 싸움을 평등한 권력 게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 감정을 공평하게 주고받는 올바른 대화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결혼한 지 3년 된 ㅇ(27)씨는 “애를 돌보느라 힘들다”고 말하면, “나는 (직장에서) 더 힘들었어”라고 대답하고,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 “나는 온 몸이 아파”라고 한 술 더 뜨는 남편 때문에 속이 상하다고 털어놨다. 조창현 나와우리의미래 가족클리닉 부원장은 이처럼 상대방의 감정을 받아주지 않고 방어에 나서는 대화방식은 “상담을 의뢰해 오는 부부들의 전형적인 대화법”이라고 말했다. 조 부원장은 “싸움을 시작할 때 상대를 평가하기보다 자신을 표현하는 1인칭 대화법을 사용하고, 말을 듣는 배우자 역시 ‘감정 이어주기 훈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왜 매일 늦어”보다는 “늦어서 걱정했어”라고 말하고, 듣는 이는 “조금 늦은 걸 가지고 왜 그래”라기보다는 “아, 걱정했어?”라며 상대의 감정을 먼저 받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대부부상담센터의 곽정혜 교수는 “무엇보다 대화할 때 상대방을 비난하고 비아냥거리고, 비교하는 ‘3비’를 피하라”고 강조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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