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가대표이자, 경희튼튼태권도 관장인 임미화 사범이 훈련을 맡았다.
‘또문대학’ 강연에 참여한 십대들
소녀다움 강요하는 세상에 ‘발차기’
소녀다움 강요하는 세상에 ‘발차기’
“오빠보다 더 쿵쿵거리며 걷는다고 얌전하게 걸으라고 늘 야단맞아요.” “저희 집은 할아버지가 엄하신 편인데 특히 저한테는 조신하게 앉고 밥도 여자답게 조금씩 먹으라고 자주 주의를 주세요.”
여중고생들로 이뤄진 수강생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지난 13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세미나실에서는 ‘또하나의 문화’에서 기획한 ‘소녀들을 위한 또문대학-문화상상놀이터’의 다섯번째 강의로, ‘소녀다운’ 몸 습관과 규범, 의사소통법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강의에 나선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조허은주(31)씨는 “소녀들은 앉는 방식, 이야기하는 방식, 시선 처리까지 모두 ‘소녀답게’ 행동할 것을 요구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소녀들은 당당하다. 어른들의 차별적인 시선에 “어이없다”고 말할 줄 안다. 지하철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이른바 ‘쩍벌남’ 옆에 앉은 적이 있다는 이슬아(17)양이 “힘을 주고 버텼다”고 말하자 아이들은 좋아라 환호한다. 조씨는 “요즘 여학생들은 이미 달라졌다”고 말한다. 강의를 했던 분당의 한 중학교에서는 여중생들로부터 ‘바바리맨’을 보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연약하고, 남자의 성기를 보면 비명지르고 얼굴이 빨개지는 소녀가 아닌, 당당한 소녀들이 늘어나는 것이 기뻤다”고 말하는 그는 이런 강의 등을 통해 아이들이 ‘소녀다운’ 규범에 갇히지 않고 멋지게 살고 있는 모습을 널리 나누는 경험을 가졌으면 한다.
이날 강의의 마지막에는 실제로 여성의 몸이 마냥 ‘연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위한 시간도 마련됐다. 전 국가대표이자, 경희튼튼태권도 관장인 임미화 사범이 훈련을 맡았다. “소녀들은 대부분 남을 때리기는커녕 소리 한 번 크게 질러본 경험조차 없다”는 임씨는 “하압!”하는 구호를 선창하며 아이들에게 뱃속에서 기합을 끌어내는 연습부터 시켰다.
주먹 지르기(공격), 무릎 차기, 발차기 등으로 동작이 커질수록 소녀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큰 기합소리와 함께 날랜 발놀림을 보여줬던 김예인(19)양은 “지금껏 줄넘기 외에는 운동을 해본 적 없었는데 힘껏 발차기하면서 기분이 좋았다”며 “여자아이들은 수줍고 얌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앞으로 펜싱 같은 운동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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