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성희롱·성폭력이 여전히 심각하다. 직장 안에서 상사가 성과 관련한 신체적·언어적·시각적 불쾌감과 굴욕감을 유발했을 때는 즉각 주위 사람들과 전문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사진은 성희롱 방지교육용 홍보물의 한 장면. 〈한겨레〉자료사진
며칠 전 한 모임에서의 일이다.
접대를 받는 건지, 접대를 하는 건지 모를 어색한 분위기에서 이사장으로부터 잘 생겼다는 소리까지 들어 기분이 한창 좋을 때다. 식당 여주인이 들어와 재밌는 얘기를 한다며 자리를 함께 했다. 그 자리에는 젊은 여기자도 두 명 있었다. 택시비가 부족해 기사에게 몸으로 대신한 할머니 얘기였다. 남자인 내가 들어도 지극히 민망한 얘기였다. 사장이 남자였다면 바로 성희롱으로 몰렸을 만한 내용이었다. 순간 두 여기자의 표정을 살폈다. 한 사람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나중에 들으니 얘기 끝날 때쯤 화장실에서 돌아와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그랬다고). 다른 사람은 벌레 씹은 표정으로 심히 불쾌해 보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챈건지, 마침 신호가 와서 그런건지 이사장은 그 여사장을 데리고 나갔다. 잠시 틈이 생기자 선배와 얼른 자리를 빠져 나왔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다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온 여자에게 다른 사람이 왜 그런 옷을 입느냐고 질문했다. 친한 사이면 상관 없겠지만, 그 날이 겨우 두 번째 만남이었다.
이런 얘기를 하는 내가 여성 권리 신장이라든지, 여성 차별에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사람은 물론 아니다. 나 역시 실수 한 적이 여러 번 있다. 가장 최근의 기억으로는 여자 사진기자 선배에게 "카메라 무거운데 힘드시겠어요."라고 물었던 때다. 성희롱은 아니었지만, 성차별적 발언이라고 지적하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격이 없어도, 조심하자는 얘기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차별적 발언, 성희롱 발언에 너무 무감각하다.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발언에 대한 문제인식은 행동으로 잘 못 옮겨서 그렇지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남성들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다.
남성이라고 남성 앞에서 성 얘기를 거리낌없이 얘기하는 작태를 많이 본다. 토크쇼만 보더라도 이런 경우는 여성 게스트일 때보다 더 심하다. 예를 들어 남자 6명에 여자 1명이면 너무 챙겨줘서 부담이 될지언정, 여자 게스트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여자 6명에 남자 1명이면 유혹한답시고 여기 저기 훑어보거나 만지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심히 불쾌하고 짜증나지만, '여자가 하니까' 적당히 애교로 봐 주나보다(모 프로그램이 매주 이런 추태를 반복했다).
성적 수치심 느끼는 데 성적 차별은 없다. 위에서 말한 사례에서도 여자가 얘기한 내용에 여자가 불쾌해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고, 토크쇼에 나온 남자 게스트가 여자 연예인 6명이 돌아가며 건드려도 좋다고 몸을 맡기는 작태가 짜증날 수 있다. 다 같이 '인간'으로 봐 달라.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