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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지하철역서 우산 펴고 젖 물리는 심정 아세요?

등록 2007-08-06 19:42

모유를 먹입시다
모유를 먹입시다
모유가 아이에게 좋다는 홍보 넘쳐나나
맘놓고 먹을 시설은 턱없이 부족
공공기관 36% 대기업 20%만 시설갖춰
“교육도 미비…기업·정부·가족 관심 필요”

“6개월 이상 모유를 먹이려고 했는데, 넉달 만에 ‘백기’를 들었어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화학 관련 제품을 파는 ㅅ사에 다니는 ‘직장 맘’ 이지영(32·가명)씨는 올해 1월 딸을 낳고 출산휴가 석달 동안 모유를 먹였으나, 회사 복귀 두달 만에 포기했다. “1~3개월까지는 한번에 20~30㎖ 정도 먹던 아이가 백일이 넘어가니 양이 부쩍 늘었어요. 회사에 수유시설이 없어 3시간에 한차례 화장실에서 유축기를 이용했는데, 도저히 감당을 할 수 없었답니다.” 사람들 눈치도 보이고, 위생 문제도 있을 것 같아 분유가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전업주부 김주현(30)씨도 지난해 9월 아들을 낳아 올 6월까지 열달 동안 모유를 먹였다. 아이 건강에 좋고, 잔병치레도 없다는 말에 주저없이 모유를 선택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할 때면 불안한 맘부터 들었다. “칭얼대면 젖을 물려야 하거든요. 비 오는 날은 지하철역 안 구석에서 우산을 펴고 젖을 주기도 했죠. 식당 주방을 이용하기도 하고. 안 해본 사람은 그 난감함과 괴로움을 모르죠.”

‘제16회 세계 모유수유 주간’(1~7일)을 맞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각종 행사 및 캠페인을 통해 모유 수유의 장점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모유를 먹일 수 있는 시설은 턱없이 부족해, 모유 수유를 하고 싶어도 이를 포기하는 여성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김춘진 열린우리당 의원이 7월 말 행정·사법부 등 중앙관서 62곳과 산하기관 등 203곳의 모유수유 시설 현황을 조사해 보니, 73곳(35.9%)만이 수유시설을 설치하고 있었다. 공공시설인 지하철도 1~8호선 265개 역 가운데 단 6곳에만 모유수유 시설이 있었다.

민간 분야는 더 열악하다. 대기업은 20% 안팎, 중소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만 모유수유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관련 단체들은 추정하고 있다. 6개월 이상 모유를 먹이는 완전 모유수유율이 미국·유럽 등은 80%인데, 한국은 20% 미만이다.


모유수유운동 단체인 ‘아름다운 엄마’의 최희진 대표는 “시설도 부족하지만 모유 수유에 대한 교육도 형편없어, 중간에 젖먹이기를 포기하는 여성이 많다”며 “우리의 미래가 달린 아이의 건강과 직접 연결돼 있는 모유 수유에 기업·정부·가족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춘진 의원은 “사업주에게 모유수유 시설의 설치 노력을 하도록 하고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2004년 11월 발의했으나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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